‘CD→MP3→스트리밍’이 바꾼 음악 산업 생태계

[유재석의 비틀어보기] ‘CD→MP3→스트리밍’이 바꾼 음악 산업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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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 전만 하더라도 음악을 듣기 위해서는 워크맨과 같은 카세트 테이프나, CD플레이어가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된 1990년대 후반부터는 앨범별로 수록돼 판매됐던 음원이 mp3(MPEG Audio Layer-3)라는 형식으로 분절돼 나오죠. MP3 파일만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하드웨어의 등장이 음원 소비 방식 변화에 불을 지폈습니다.

#음원 다운로드의 시작

미국에서는 냅스터(Napster)란 P2P(Peer to Peer) 음원 다운로드 서비스가 1990년대 말 혜성처럼 떠올랐죠. 하지만 이는 불법이었습니다. 음악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무료로 음원을 다운받을 수 있는 플랫폼이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2000년 소리바다가 포문을 열었습니다. 소리바다 서버에 접속해 음원 파일을 검색, 무료 다운로드 받는 동시에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된 음원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는 간편한 구조로 인해 많은 인기를 누렸죠. 하지만 이내 법적인 규제를 받게 됩니다.

음원의 저작권을 쥐고 있는 콘텐츠 제작자와 음원 협회가 소리바다을 법적으로 소송하는 일도 벌어졌다. 2002년 7월 31일 소리바다 서비스가 폐쇄됐죠. 이후 소리바다2와 같은 후속 서비스가 나왔으나 법의 테두리안에서 규제로 인해 또 다시 폐쇄가 됐다. 그 결과 2006년부터는 유료로 바꾸고, 작사, 작곡자, 음반제작자, 가수, 연주자 등이 수익을 배분 받는 방식으로 자리잡는다. 
2000년대 초만 해도 불법 서비스였던 소리바다. 현재는 정식 유료 서비스를 하고 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불법 서비스였던 소리바다. 현재는 정식 유료 서비스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돈 주고 음원을 산다’는 개념이 활성화된 건 2003년 전후였습니다. 싸이월드가 대표적인 인터넷 커뮤니티로 자리를 잡으며 전자화폐격인 ‘도토리’로 음원을 구입하는 생태계가 마련됐죠. 이후엔 멜론, 벅스뮤직 등을 통해 유료로 음원을 다운받는 환경도 열렸습니다.

싸이월드에서 도토리는 '화폐'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한때의 영광일 뿐. 지난 해 7월 15일 이후 싸이월드는 음원 판매를 종료하기에 이른다.
싸이월드에서 도토리는 ‘화폐’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한때의 영광일 뿐. 지난 해 7월 15일 이후 싸이월드는 음원 판매를 종료하기에 이른다.

최근에는 음원을 다운로드 받는 형태에서 온라인의 음원 스트리밍을 실시간으로 듣는 형태가 하나 둘 등장하더니 얼마 안돼 시장에 안착했습니다.

#음원 스트리밍의 등장

지난 2007년 애플의 최고경영자(CEO)였던 고 스티브 잡스는 자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아이팟(iPod)에 저장된 음악의 3%만이 음원 플랫폼 ‘아이튠즈(iTunes)’를 통해 구입한 합법적인 음악이며, 97%가 CD를 통해 변환하거나 불법 사이트에서 확보한 음악이라는 내용을 발표했습니다. MP3 플레이어를 대체할 만한 하드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형태의 음원 소비방식이 나올 수 없다는 점을 시사하는 부분이었죠.

2009년 이후 본격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자리잡은 스마트폰이 다운로드 중심의 음원 생태계를 바꿔놓았습니다. 음원을 더 이상 저장하지 않아도 들을 수 있는 ‘앱’이 등장하고, 그 뒤를 빠른 네트워크가 뒷받침했죠.

미국 내 음원 스트리밍을 통한 매출은 2008년 6%에서 올해 23%까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가 주목을 받게 됩니다. 대표적인 서비스는 2006년 출시된 ‘스포티파이’입니다. 스포티파이의 무료 회원은 5500만 명, 월 9.99달러를 지불하는 유료 회원은 2000만 명에 달하죠.

애플과 구글도 스트리밍 영역에 발을 들이밀었습니다. 애플은 2015년 WWDC에서 애플뮤직을 100개국에 공개했습니다. 홀로 들으면 월 9.99달러, 6인 가족이 들을 경우 14.99달러의 유료 모델입니다. 초기에는 3개월 무료 사용 기간을 내세우며 가입자 1500만 명을 끌어모았죠. 그중 650만 명이 유료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구글은 자신의 음원을 5만 곡까지 업로드한 뒤 스트리밍으로 들을 수 있는 형태인 ‘구글 플레이 뮤직’에 이어 최근 ‘유튜브 뮤직’이라는 이름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유튜브 뮤직은 기존 유튜브 사이트의 영상 중 음원에 해당되는 부분을 들을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입니다.

국내에서는 최근 카카오에 1조8700억원에 인수된 멜론, NHN엔터에 인수된 벅스뮤직, 무료 음원스트리밍인 비트 등이 있습니다.

#CD→MP3→스트리밍…급변하는 음반 산업 생태계

MP3 형태의 음원 소비방식이 가져온 변화는 뚜렷했습니다. 과거엔 CD나 테이프 등 앨범을 구매하는 것이 노래를 듣는 유일한 방법이었습니다. 당시엔 음원 제작자의 주 수익원이 앨범 판매이기도 했죠. 조용필, 김건모, 신승훈 등 1000만 장 앨범을 판매한 가수들에 ‘텐밀리언셀러’라는 칭호가 붙던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음원 다운로드만으로는 앨범 판매를 통해 수익을 내기 어렵게 됐습니다. 가수나 연주자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2.5~5%에 불과했기 때문이죠. 이 시기야 말로 가수들이 예능, 드라마, 영화에 속속 등장하게 됩니다. 아니면 콘서트를 여는 등 주 수익원을 바꾸게 됩니다.

2000년대 x맨과 같은 예능프로그램에 가수들이 대거 출연했던 것은 과연 우연일까. 출처: SBS
2000년대 x맨과 같은 예능프로그램에 가수들이 대거 출연했던 것은 과연 우연일까. 출처: SBS

다운로드 형태에서 스트리밍으로 바뀌면서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졌다는 게 음반산업 관계자들의 전언입니다. 아이돌과 같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경우에는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게 되지만, 인디밴드나 특정 분야의 음반 제작자, 작곡자들은 다운로드 때와 비교했을 때 손실이 상당하다는 겁니다.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콘텐츠 노출 비중이 떨어졌습니다. 모바일 환경에서는 검색의 비중보다는 메인 화면에서의 직관적인 큐레이션을 통한 콘텐츠 소비 비중이 높기 때문이죠. 대중도가 떨어질수록 대중에게 다가서는 기회가 더 줄어들게 된 셈입니다. 스마트폰의 화면은 4~5인치에 불과합니다. 화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콘텐츠 숫자의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에는 메인 페이지에 음원이 노출이 돼야 재생숫자가 늘어나고, 이를 통해 이해 당사자들(음반제작자/작사/작곡/가수/연주자 등)이 돈을 벌 수 있게 됩니다.

대중적인 인기가 있는 가수들의 경우는 모바일 앱 기반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음원에 대한 접근성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일일이 다운받지 않더라도 음원을 들을 수 있는 구조로 인해 이용자들이 손쉽게 그들의 음악을 들을 수 있죠. 이에 따라 콘텐츠 노출도 역시 높아졌습니다.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자주 음원을 들려줄 수 있는 플랫폼이 생긴 셈이죠. – ‘폐업 위기?’ 비트의 진짜 난관과 과제

 

음원 스트리밍 생태계는 아직까지 과도기에 머물고 있습니다. PC, 모바일 음악 플레이어 알송을 운영하는 이스트소프트가 3만4700명의 스마트폰 이용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2015 스마트폰 사용자 음원 소비 행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자가 주로 사용하는 음원 소비 방법은 ‘MP3 등 음원 파일 직접 저장 후 감상한다’가 전체의 83.4%를 차지해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한 반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를 사용한다’고 응답한 사용자는 15.7%에 불과했습니다.

또한, 음원 제작자의 반발이 글로벌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팝스타 아델은 5년 만에 정규 음반 ‘25’를 공개했는데 애플뮤직이나 스포티파이와 같은 음원사이트를 통한 스트리밍 서비스를 거부하고 음원 다운로드와 CD 판매만 하겠다는 파격 결정을 했죠.

#스트리밍은 ‘필연’이다

스트리밍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은 시간 문제입니다. 하드웨어 기기의 저장 용량 한계와, 클라우드 서비스의 발전이 가져온 변화가 이 스트리밍입니다. 이용자들은 더 이상 자신의 휴대폰에 음원을 저장하기보다는, 중앙 서버와 실시간으로 연결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습다. 마치, 웹툰이나 뉴스를 소셜미디어나 포털사이트에서 보듯 말이죠.

음원 스트리밍이 가져온 변화는 기기와 네트워크 환경이 만들어온 패러다임의 변화인 셈입니다. 사람들이 들고 있는 기기는 가벼워졌으며, 음원 콘텐츠를 더욱 간편하게 소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앞으로 스마트카, 스마트홈 등이 등장하면서 사람과 기계가 대화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습니다.

기기 자체의 리소스를 이용하기보다는 중앙 서버와의 연결을 통해 콘텐츠를 소비하는 스트리밍 생태계가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입니다. 모든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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