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B급 마케팅… 왠지 병맛 같지만 멋있어

[3분 마케팅] (2) B급 마케팅… 왠지 병맛 같지만 멋있어

4437
SHARE

B급 마케팅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지난 글에서 예고했던 대로 이번 편에서는 B급 코드를 적절하게 활용해 화제가 됐던 사례들을 모아 소개할까 합니다. N 포털, G 포털에 검색하면 나오는 조금 지난 사례들은 과감히 생략하고 최근 몇 개월 내 신선한 콘텐츠들을 선별했습니다.

 

1.괜찮아 자연스러웠어… 뜻밖의 PPL

“왜 못 믿어, 왜? 재수할 새끼 말은 못 믿겠냐?” “고3의 사랑은 다…우니”

한참을 몰입해서 보고 있던 웹드라마의 결말이 이상합니다. 또 낚인 것 같은데 지금 몇 번째인지 모르겠습니다.

 

티몬- <고3의 사랑>편

 

여학생의 오해에서 시작된 다툼으로 남학생은 끝내 이별을 선언하고 돌아섭니다. 미련이 남아서일까요? 세탁기 앞에 앉은 남학생은 깊은 한숨을 내쉽니다. 그리고 뜬금없이 섬유유연제 다우니가 등장합니다. “땀 냄새부터 미련까지 상쾌하게 지우는 강력한 효과, 다우니 액티브-시트러스”

 

티몬- <고3의 사랑>편

 

웹드라마인듯 광고인 듯한 이 영상은 티몬이 지난해부터 선보이고 있는 브랜드 홍보용 웹드라마 입니다. 현재까지 ‘사랑’ 시리즈로 총 5편의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그중 화제가 됐던 영상은 ‘신선한 사랑’으로 누적 조회수만 380만을 넘었고 약 8천 건의 공유가 일어났습니다. ‘썸 타는’ 초등학생들의 풋풋한 연기가 압권이지만 뒷부분에는 약속이나 한 듯 황당한 장면으로 막을 내립니다.

티몬 측은 한 편의 완성된 드라마로 회사와 제품을 각인시키기 위해 제작물을 기획했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영상이 공개된 이후에는 신규 구매자의 매출도 30%나 늘었다고 하네요.

 

유니클로- <내 생애 가장 따뜻한 겨울을 만나다>편

 

비슷한 사례로 패션 브랜드 ‘유니클로’의 웹드라마 도 인기였습니다. 짝사랑에 관한 에피소드로 많은 공감을 얻었었죠. 영상에 등장하는 남자는 출근길 중에 앞서가는 여자가 떨어뜨린 털장갑을 주워주면서 에피소드가 시작됩니다.

여자에게 첫눈에 반한 남자는 매일 아침마다 그녀를 기다리게 되고 뜻밖의 선물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황당한 결말로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앞서 말한 3편의 영상물은 모두 시청 시간이 3분을 육박합니다. 1분이 넘지 않는 SNS용 영상과 비교하면 ‘러닝타임’이 긴 편이죠. 그런데 예상 밖에도 3편 모두 페이스북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초반의 몰입도로 시청자가 끝까지 영상을 볼 수 있도록 설정했기 때문이죠. 광고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짜임새 있는 구성과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2.’약 빤 것 아냐?’ 컨펌을 해준 광고주도 대단

한 번이라도 더 눈에 띄고 회자되기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로 승부수를 보는 광고물도 있습니다. 정말 ‘B급’의 소재들을 쓰면서 말이죠.

 

세븐나이츠 CF <김태환의 세나송 : 에어로빅 ver>

 

최근의 영상물 중 가장 B급스러운 콘텐츠를 하나 꼽으라면 저는 단연 넷마블게임즈의 ‘세븐나이츠-세나송’ 들겠습니다. 총천연색의 배경을 뒤로한 영상에는 에어로빅복 차림의 개그맨 김태환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치명적인 몸동작을 선보이며 노랫말을 읊조립니다. “세나하자 세나하자”

단순한 멜로디에 가사만 반복했을 뿐인데 자꾸만 빠져들게 됩니다. 사실 이번 B급 마케팅 글을 준비하면서 가장 먼저 떠올랐던 사례가 바로 이 세나송이었습니다. 기대한 반응이었을까요? 포털사이트에 세나송을 검색하면 한결같이 ‘약 빨고 만들었다’ , ‘도핑테스트가 시급하다’, ‘광고주가 컨펌은 해줬냐’와 같은 의견들이 줄을 잇고 유튜브에도 패러디물이 넘쳐납니다.

 

<김태환의 세나송 : 에어로빅 ver> 유튜브 댓글

 

유튜브에서 ‘병맛더빙’으로 유명한 장삐쭈의 영상물도 위와 비슷한 반응입니다. 최근에 B급 콘센트를 밀고 있는 맥스웰하우스와 손잡고 역작을 만들어냈는데요. 브랜드의 홍보 영상을 급식체(급식을 먹는 세대 즉 10대들이 자주 사용하는 문체)로 더빙 한 것입니다.

 

맥스웰하우스 CF <급식생 3 X 콜롬비아나> 편

 

 

3. 배민이 또…? 배민은 진화한다

 

배달의민족 페이스북

 

설마 진짜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배달의 민족 신입사원 채용에 지원했던 개그맨 양세형은 “슬리퍼로 행복을 준다면?”이라는 면접관의 질문에 “똑똑똑 실례합니다(=실내홥니다)” 센스 있는 답변으로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는데요.

이를 놓칠세라 배달의 민족은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상품으로 출시하겠다는 발표를 내놓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언박싱 영상을 공개하면서 제품 출시를 앞두고 소비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는데요. “이거 나오면 바로 산다”, “당장 구매각”이라는 댓글이 올라왔습니다.

 

배달의민족 ‘배짱이’ 팬클럽 창단식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은 평소 두터운 팬층을 가지고 있는데요. 애플, 나이키, 샤오미 등 유명 글로벌 브랜드에만 있다는 팬클럽(배민을 짱 좋아하는 이들의 모임-배짱이)까지 생겼습니다.

팬이기를 자처한 이들은 스스로가 브랜드의 마케터가 되어 제품과 서비스에까지 깊숙이 관여하게 됩니다. 실제로 배민이 운영하는 디자인 브랜드 ‘배민문방구’의 신제품은 팬클럽과 함께 제작한다고 하네요.

 

배달의민족2.0- <우럭회도 우리 민족이었어>편

 

배민은 B급 마케팅으로 컸다고 봐도 무방할 만큼 B급 감성은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초기 때부터 대중들에게 확실히 브랜드를 각인시키기 위해 유머 코드와 B급 감성, 패러디물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한 것이지요.

얼마 전에는 배달 음식 메뉴로 상상할 수 없었던 우럭회와 빙수도 배달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를 알리기 위해 공중파 TV 광고까지 진출합니다. 이 역시도 배민의 대표 캐릭터 ‘배달이’를 앞세워 철저하게 B급으로 제작됐습니다.

 

4. 모든 병맛은 ‘페이스북 페이지’로부터

“몰라… 뭐야, 그거 이상해…” 실제로 제가 한 말이었습니다.

충추시청 페이스북 페이지

 

시작은 충주시청의 페이스북에서부터 시작됐습니다. 이전에도 한국민속촌, 부산경찰, 고양시청 등 비슷한 페이지가 있었지만. 그와 비교해 훨씬 더 충격적이었습니다. 지자체의 이름을 달고 운영하는 페이지인데 반해 콘텐츠가 너무 성의 없어 보였기 때문입니다.(feat. 그림판)

내부에서 운영하는 것인지 아니면 외주를 맡겨 대행은 하는 것인지 궁금한 마음이 생겨 검색을 해봤습니다. 그런데 실제 충주시청 공무원이 운영하는 페이지라는 인터뷰 기사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충추시청 페이스북 페이지

 

올라오는 게시물은 주로 ‘패러디’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소재로는 유명 영화나 TV프로그램,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짤’을 활용하거나 충주시청의 간부(?)를 등장시킵니다. 주목할 점은 담당자가 직접 디자인은 하지만 포토샵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파워포인트만 갖고 작업한다고 합니다.

아마도 이 허술함에 더 열렬히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충주시청 페이스북은 1년 만에 무려 2배(약 1만 8천 명) 이상 늘었고 누적 방문자 수도 70만 명에서 현재는 200만 가까이 증가했다고 하네요.

 

5. 싼티와 촌스러움으로 무장한 가요계

“아리아나 그란데처럼 셀럽이 되고 싶어. 셀럽은 뉴욕에서 스테낄 썬다구요”

이제 막 데뷔한 신인 걸그룹 ‘셀럽파이브’의 타이틀곡 ‘셀럽이 되고 싶어’의 한 소절입니다.

 

셀럽파이브

 

이들의 평균 연령은 37.5세로 본업은 개그우먼입니다. 송은이, 김신영, 안영미, 신봉선, 김영희 5명이 “우리도 한번 해보자!”하며 판을 벌린 것이죠. 이들은 소방차, 김완선을 떠올리는 반짝이 옷에 80년대 가요톱텐 무대에서나 봤을 법한 무대를 연출합니다. 그런데 꽤나 연습량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완성도가 높은 절도 있는 동작과 칼같이 맞춘 안무를 선보였기 때문이죠. 단지 재미를 위해 결성된 그룹은 아닌 것 같고 노래와 안무 역시 졸속으로 짜낸 것 같아 보이진 않습니다.

완벽한 안무를 구상하기 위해 두달의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일본의 토미오카 고교 댄스팀 TDC의 춤을 보고 반한 김신영이 그들의 춤을 똑같이 재현해보고 제안하면서 그룹이 결성된 것입니다.

신박하긴 하지만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뮤직비디오가 공개된지 일주일만에 영상 조회수가 170만을 넘었고 4천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심지어 평창올림픽 개최 기념 공연을 제안 받았고 인기 아이돌만 출연할 수 있다는 유명 케이블 프로그램의 러브콜을 받았다고 합니다.

 

셀럽파이브- <셀럽이 되고 싶어 mv>

 

어떤 점 때문에 이렇게 인기가 있는 것인가 생각해봤습니다. 셀럽파이브 멤버 다섯은 웬만큼 유명한 개그우먼이긴 하나  ‘셀럽’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느낌이 있습니다. 또 걸그룹에 어울리지 않는 평균 나이고 개성은 있지만 소위 말해 예쁘다는 기준과 거리가 먼 듯합니다. 결국 이런 부족한 점이 나와 닮아 보여 대중들이 좋아하고 또 열광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 홈그라운드 반전세 4천에 60, 한 방 노려보자 신데렐라걸스” 노래 가사 역시 요즘 가요에서 찾아볼 수 없는 솔직함에 더 끌렸던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인생 한방을 외치며 언제올지 모르는 기회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많은 B급 콘텐츠가 있었지만 모두 소개하려다 보니 분량이 많아졌네요. 그래도 꼭 소개하고 싶었던 내용들만 담아봤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B급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닙니다. 더 멋있고 고급스러운 것이야 말로 대중의 취향이라는 불문율이 깨지면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이죠. 어딘가 촌스럽고 허술해보이지만 공감할 수 있는 맥락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B급에 더 열광하는 것이 아닐까요?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