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스타트업과 웹드라마의 만남, 지그재그의 ‘마이엑스다이어리’

[스타트업 마케팅 고수를 찾아서] (11) 스타트업과 웹드라마의 만남, 지그재그의 ‘마이엑스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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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PL(Product Placement)은 브랜드 마케팅으로 많이 쓰이는 방법인데요. 잘 활용한 PPL은 브랜드 인지도 상승과 서비스/제품 판매에 긍정적인 역할을 미칩니다. 주인공이 착용한 패션, 뷰티 제품이 완판되기도 하고, 한 인기 드라마에서 ‘치맥을 하고 싶다’란 여주인공의 말은 전국 팔도뿐만 아니라 중국에까지 치맥 열풍을 불게 했습니다. 하지만 가끔은 개연성 없는 등장에 뭇매를 맞는 PPL도 있지요.

스토리텔링에 대한 고민 없이 브랜드 로고나 제품 노출만을 우선시한 PPL은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하는데요. BJ나 크리에이터의 등장으로 PPL의 양상이 달라지기도 했지만 여전히 PPL 하면 제품 노출이 대세입니다. 하지만 브랜드 로고 노출을 통한 PPL이 아닌 ‘스토리 PPL’을 시도한 스타트업이 있다고 하여 모비인사이드에서 만나보았습니다. 바로 여성 쇼핑몰 모음 서비스를 제공하는 크로키닷컴의 ‘지그재그(이하 지그재그)’인데요. 이들은 크리스피 스튜디오와 손을 잡고 웹드라마 ‘마이엑스다이어리’를 공동기획했습니다.

마이엑스다이어리는 ‘사랑은 옷을 닮아서, 시도해보지 않으면 어떤 사람이 자신에게 맞는지 알 수 없다. 옷도 이것저것 입어봐야 맞는 스타일을 점차 알게 되듯이 사랑도 그렇다’라는 주제를 안고 있습니다.

인력이나 자금 리소스가 부족한 스타트업은 성과분석이 비교적 가시적이고, 효율성을 중심으로 한 퍼포먼스 마케팅을 선호하게 되어 브랜드 마케팅이 쉽지 않습니다. 하게 되더라도 브랜드 로고 노출 없는 브랜드 마케팅을 하기란 역시 어렵죠. 어떻게 지그재그는 스토리 PPL을 하게 되었을까요? 그들이 고민하는 ‘좋은 마케팅’은 무엇이며, 마이엑스다이어리에 어떻게 녹여내었는지 듣기 위해 지그재그 마케팅팀을 찾았습니다.

김정훈 CMO는 원래 대기업에서 해외법인을 담당하는 마케팅 전략팀 소속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습니다. 한번의 창업 뒤에 크로키닷컴 서정훈 대표를 만나게 됐고, 지금의 지그재그에 합류하게 됐죠. 창업과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업무 환경의 변화로 적응하는데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그의 스타트업 마케팅 적응기를 들어보았습니다.

김정훈 CMO: “대기업에 있을 때는 정해진 가이드라인이 많았어요. 장표도 멋있어야 하고, 논리적 구성도 필요하고 해서 시도가 쉽지 않았죠. 반면에 스타트업 마케팅은 좀 더 다양하게 시도를 한다거나 린하게 움직일수 있는 융통성이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단 모든 것에는 양면이 있기 때문에 장단점은 존재합니다. 대기업에 비해 스타트업은 자금이라던가 인력 등에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죠.”

스타트업 마케팅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시도해보고, 잘 안 된다면 방향을 틀어나가며 성장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하네요. 이 과정에서 실패 하더라도, 아이디어를 점검할 수 있었다면 좋은 배움의 기회라고 생각하는데요. 지그재그는 초기부터 지금까지 마케팅 성장에서 어떤 변화를 꾸려왔는지, 지그재그 마케팅의 실패와 성공사례도 들어보았습니다.

김정훈 CMO: “첫 마케팅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 정보성 카드 뉴스 형식으로 페이스북에 지그재그를 소개했는데 잘 되지 않았어요. 컨텐츠가 너무 광고 같아 보이는 것이 원인이 아닐까 판단이 돼서 이후부터는 다음 카페에 지그재그를 소개하고 그걸 캡쳐해서 페이스북에 마케팅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는데 바이럴이 잘 돼 효과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빨리 잘 못된 점을 인지해  큰 실패 없이 잘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가 원래 퍼포먼스 마케팅을 주로 했거든요. 퍼포먼스 마케팅은 데일리로 성과를 측정하기에 효율이 잘 안나오면 해당 채널을 끄고, 잘되면 광고를 더 돌리고 이런 형식으로 돌아갔기에 치명적인 실패 사례는 딱히 없어요.”

지그재그는 2018년 초 앱 1천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며,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오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작년 말 브랜드 마케팅팀을 새로 꾸리며 마케팅 전략의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김정훈 CMO: “그 동안 시간이나 비용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퍼포먼스 마케팅을 주로 했었습니다. 하지만 지그재그가 정작 무슨 활동을 하는지,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선 유저와 소통이 부족했던 것 같아요. 이젠 지그재그의 성장과 함께 전체적인 마케팅 전략 또한 변화해야하기에 이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죠. 초반에는 퍼포먼스 마케팅에 집중했다면, 이제부터는 퍼포먼스/브랜드 마케팅을 병행하는 전략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각 사업적 단계마다 마케팅 전략이 변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사람에겐 관성이 있어 잘하던 전략을 계속 하고싶어 하는 것 같아요. 과거의 잘했던 걸 발전 시키는 건 좋은 일이지만 그 관성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 다음 전략은 세울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때론 잘하는 걸 내려놓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관성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실패를 겪을 수도 있고, 실패의 도중에 마케팅 팀에 대한 신뢰를 잃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안전하게 가다보면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 실패 가능성이 크더라도 과거를 내려놓고 현 상황을 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갑자기 하루아침에 전쟁터로 내려졌다고 생각해봤을 때, 과거의 전략에 얽매이면 현 상태에서 최고의 전략을 짤 수 없지 않을까요? 그래서 기존의 지그재그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지그재그가 저런 걸 해?’, ‘지그재그 왜 저래?’ 라는 말을 들으면 기존 관성에서 벗어나는 건 일단 성공했다고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다시 태어날 수 있는 브랜딩을 했다는 거니까요.”

이번 마이엑스다이어리 공동기획을 통한 브랜드 마케팅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었다는 지그재그 마케팅팀. 이번 웹드라마 제작에서는 어떤 역할을 했는지 알아보았습니다.

구수진, 임가영 마케팅 매니저: “웹드라마를 한다 하니 다들 옷 협찬이라고 예상하시더라구요. 저희는 ‘마이엑스다이어리’의 스토리를 공동 기획했습니다. 단순 브랜드 로고 노출 PPL보다는 지그재그의 철학을 스토리에 녹이고자 했어요. 지그재그의 철학부터 다지고, 메시지 가이드라인에 우리의 철학을 녹여 크리스피스튜디오 작가분들에게 공유하는 역할을 했어요. 브리프를 중심으로 작가분들이 스토리와 대본을 작성해주셨죠.

10분 내외의 8편 분량짜리 웹드라마. 짧아 보이지만 작년부터 준비하며 격렬한 토론을 하기도 했고, 잘 협업하기 위해 스튜디오의 입장도 되어보며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하는데요. 요즘 웹드라마와 협업하고 싶어 하는 브랜드가 정말 많습니다. 웹드라마와 협업할 때 주의점도 알아보았습니다.

구수진, 임가영 마케팅 매니저: “브리프를 전달한 뒤, 작가들로부터 ‘로그라인’라는 걸 받아요. 로그라인은 각 회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내용이 2~3줄로 정리된 거에요. 사실 로그라인만 읽으면 내용 전개에 대해 공감하기 어려워요. 흥행이 될까하는 걱정이 들었죠. 하지만 작가님들에게 함부로 피드백은 하지 않았어요. 저희가 안해본 분야니까요. 그래서 크리스피 스튜디오의 전작 ‘오늘도 무사히’를 한 회씩 시청한 뒤 2~3줄로 요약하며 직접 로그라인을 작성해봤어요. 근데 우리가 해봐도 로그라인만 읽으면 재미가 없더라구요. 잘 협업하는 방법은 이 분들이 전문가다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하는 것 같아요.

 

“또 양사가 함께 공동 기획하는 프로젝트이니만큼 피드백 과정에서도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조금 더 세밀하게 신경썼습니다. 안좋은 피드백을 드릴 때는 특히나 더 주의했는데, 문자/메일 등으로는 저희의 의도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아 영상으로 찍어 보내드렸던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진짜 유투버처럼 가끔 NG가 나기도 해서 편집도 하고, NG장면만 모아서 전달 드리기도 했어요.”

김정훈 CMO: “또 초기에 KPI를 잘 잡아야 합니다. 저희는 브랜드 노출이 아니라 스토리에 지그재그의 철학을 녹이는게 목표였어요. 브랜드 로고 노출 너무 안 하니까 크리스피 스튜디오에서 오히려 먼저 이 정도 로고 노출은 해줄 수 있다고 제안서를 보내오시기까지 했죠. 여튼 저희는 크리스피 스튜디오와 미팅할 때 우리의 KPI는 ‘스토리에 지그재그 철학을 녹이는 거다’라고 정하고 시작했으니 메시지 기획부터 대본 완고 작업까지 모든 부분에서 피드백을 드릴 수 있었습니다. 만약 단순 PPL 전략이었다면 스토리 피드백 작업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직접 해보고, 그들의 입장이 되어본 후 피드백을 전달했다는 말이 인상 깊네요. 제작 진행 과정의 세세한 부분에서도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돋보였습니다.

김정훈 CMO: “퍼포먼스 마케팅을 주로 했기에 브랜드 마케팅으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퍼포먼스 마케팅은 수치를 생각해야했고, 브랜드 마케팅은 사람들이 어떻게 환호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분야니까요. 몇 년전부터 10대~20대 사이에 웹드라마가 핫해져서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었죠. 저런 걸 우리가 제작해볼까? 신선하지 않을까? 라는 의견이 나왔어요.

처음엔 오피스물을 할까 고민했었습니다. 지그재그의 문화나 일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녹일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초반에 미팅을 진행할 때 크리스피 스튜디오는 사내 연애물을 생각하셨더라구요. 그 다음으로 나온 아이디어가 쇼핑몰 창업 이야기였어요. 일주일 정도를 저희 마케팅팀 내에서도 격렬하게 고민해 보았어요. 창업 스토리는 많은 20대를 공감시키기가 어렵고, 사내 연애물은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았죠.

그래서 다시 그냥 지상파를 통한 브랜드 로고 노출 PPL로 할까란 말이 나왔어요. 웹드라마보다 더 많은 사람, 더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브랜드를 노출할 수 있는데 왜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나로 이어졌죠. 하지만 책도 공유해서 보고, 토론도 하며 결국 단순 브랜드 노출이 아닌 지그재그의 가치를 인식시킬 수 있는 웹드라마하자로 결론이 났어요.”

브랜드 마케팅의 일환으로 결국 웹드라마 스토리 기획을 하게 되었지만, 콘텐츠의 흥행으로 어떻게 브랜드 인지도 상승을 파악할 수 있을까 궁금해졌는데요. 시청자들의 반응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들어보았습니다.

구수진, 임가영 마케팅 매니저: “댓글을 분석해보고 있어요. 댓글에서 사람들이 활발하게 서로를 소환하고, 개인의 연애사를 공유하면서도 지그재그 마케팅에 대해 칭찬해주시더라고요. 웹드라마를 보면서 지그재그를 떠올리긴 힘든데 이런 댓글이 나와서 뿌듯했어요. 지그재그의 철학, 우리가 고민한 메시지가 결국 전달되었구나 알 수 있었어요.”

 

 

김정훈 CMO: “지그재그의 철학은 ‘본질에 집중’이에요. 소개팅을 주선할 때 소개팅 참석율만을 높이는게 목적이라면 상대방이 예쁘게 나온 사진만 보여주면 되겠죠. 하지만 실제 소개팅 장소에서 두 사람 모두 실망하게 될 거에요. 근데 진짜 커플 성사율을 높이려면 사진과 실제 모습의 차이를 줄이고 그 사람의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케팅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잔존율을 높이려면 허위광고는 자제해야 합니다. 자신의 서비스/제품은 무조건 좋다고 말하는 마케팅은 좋은 마케팅이 아닙니다. 가진 것을 부풀리는 마케팅 대신 본질에 집중하는 마케팅을 하자가 저희의 마케팅 철학입니다.”

마지막으로 좋은 마케팅을 위해 고민하는 주니어 마케터을 위한 한마디를 부탁했습니다.

김정훈 CMO: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 좋을 것 같아요.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장인성 이사님의 ‘마케터의 일’이란 도서에서 나온 내용 중에 ‘망치를 손에 쥐고 있으면 못으로 해결하고 싶어진다’라는 내용이 있어요. 어떤 문제에 대해 ‘왜’를 먼저 생각하는게 아닌, 으레 해왔던대로 ‘당연히 그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하는걸 경계했으면 좋겠습니다. 만약 포스터를 붙이는 작업이라면 못과 망치가 아닌 테이프로 하면 쉬울 일이죠. 기존에 가진 관점 때문에 쉽고 좋은 전략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에요.

예전에 창업했을 때의 일인데요. 병원 마케팅을 할 때 포토샵으로 정성스럽게 크리에이티브를 짜서 보내곤 했는데 항상 병원 코디네이터에게 막혀서 결정권자에게 전달이 안 됐죠. 어느날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책상에 있는데 우편물이 있더라구요. 그래서 편지와 브로셔를 원장님들께 직접 우편으로 보내보니 전환이 잘 되었어요.

요즘 퍼포먼스 마케팅, 디지털 마케팅이 인기인데, 사실 도구만 디지털로 바뀐 것이에요. 진짜 마케터는 ‘왜’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본질을 파악하는 데 집중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위험을 감수하고 밀어붙이는 것도 필요해요. 시키는 대로 ‘네네네’만 하면 안 돼죠. 치열하게 고민하고 시도해봐야 실패하더라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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