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성과가 같은 KPI일 수 없다

[흔한 전략기획의 브랜드 지키기] 모두의 성과가 같은 KPI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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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concept. In a simple style. Leadership in business, the pursuit of success. In flat style on blue background.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직장 생활이 정치 놀음이라고 냉소할 수도 있지만 엄연히 성과라는 것은 조직 안팎으로 늘 무거운 부담감을 줍니다. 평가가 상사의 주관적인 평가에서 자유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탁월한 성과에 계속 눈 닫을 수 있는 상사도 없습니다. 물론 성과의 열매를 실제 한 사람이 가져가는 것과 단순히 거기에 코멘트 몇 개 단 사람이 챙겨가는 차이는 불행히도 늘 있지만요.

몇 년 전에 제가 브런치에 올린 아티클 중에 그런 성과에 대한 목표, KPI에 대해 절대 되어서는 안 될 여러 케이스를 든 것이 있습니다. 평소 생각을 정리한 내용이었는데 생각 외로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셨습니다. 물론 그런 분 중에서는 저와 친하지만 여전히 관습적인 KPI로 부하직원과 성과 합의를 하시는 분도 있었지만요. 그만큼 연역적으로 문제점을 안다고 모두가 당장 모니터 밖 세상의 실제 사례를 적용할 수 있는 눈이 있는 건 아닙니다.

오늘은 *KPI의 레벨마다 어떻게 가중치를 두어야 하는지 나눠보겠습니다.

*KPI: Key Performance Indicator의 약자로, 핵심성과지표로 뜻함 

보통 단일한 KPI로 성과 평가를 받는 경우는 드뭅니다. 작게는 개인의 목표부터 크게는 단위 조직, 조직의 크기에 따라 전사적 목표가 개인 목표에 영향을 받으니까요. 조직 단위의 실적뿐 아니라 속해 있는 프로젝트도 자신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든 협업부서쯤으로 참여했든 여러 레벨에서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이런 목표들은 같은 가중치로 평가에 반영되지 않습니다. 기업마다 특징이 있죠. 물론 KPI로 어느 정도 성과 평가를 정확하게 하려는 회사에 국한된 이야기이지만요.

예를 들어봅시다. 한 온라인 커머스 기업이 있다고 해보죠. 주변에 많이 볼 수 있는 물건을 소싱해서 웹이나 모바일에 올리고 사람들이 구매하는 그런 유통업체 말이죠. 매우 단순하게 하나의 캠페인이 기획부터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순서를 아래에 나타내 보았습니다.

대충 이렇게 매출이 발생한다고 해봅시다

이 회사 전체의 목표가 있을 것입니다. 기본인 거래액부터 순이익까지 말이죠. 모두가 회사를 걱정하지 않기 위해서는 전사 목표는 매우 중요합니다. 달성하는 것이 좋죠. 하지만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위에 단순한 표에도 여러 업무 과정이 있듯 실제 다양한 직무의 직원들이 매출을 발생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각 프로세스의 전문 역량을 평가하는 KPI도 존재합니다. 개인으로서는 그중 자신이 실제 한 업무에 대한 KPI도 따로 갖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MD라면 전체 상품의 적중도도 중요하지만 내가 바잉한 상품의 실적이 무엇보다 중요하겠죠.

그런데 이 다양한 레벨의 (여기서는 전사 – 팀 – 개인) 목표가 한 개인의 평가에는 어떻게 반영되어야 하는 게 맞을까요? 

우리는 답을 알고 있습니다. 개인은 개인의 실적으로, 팀은 팀의 실적으로, 전사는 전사의 실적으로 평가받는 게 당연한 것이죠. 내가 기획한 캠페인은 실적이 잘 나오는데 다른 사람이 기획한 캠페인의 실적이 나쁜데 개인 평가 비중 30%, 팀 평가 비중 30%면 굳이 열심히 일한 티가 나지 않을 것입니다. 거기다 남은 40% 평가 비중이 전사 목표 달성 이라면요? 기획 자체는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맞고 경쟁사에 비해 기발한 캠페인으로 시장에 회자되었는데 상품 소싱에 문제가 있거나(보통 이 두 작업을 한 부서, 한 명이 하는 곳도 많습니다) 프로모션의 고객 타겟팅을 CRM이나 데이터 분석 부서에서 잘못해서 적중도 있는 전환을 이뤄내지 못한 경우, 또는 인프라 장애로 서비스를 일정 시간 고객이 접속조차 못했다면 전사 비중 40%에는 이 모든 희로애락이 담겨 있겠죠? 물론 회사도 중요하지만 열심히 일하고 탁월한 직원이 좋은 평가를 받는 기회는 줄어들 것입니다.

각 조직의 성과는 조직의 책임자가 책임지는 게 맞습니다. 그래서 보통 더 높은 급여를 받는 것이고요. 조직의 KPI가 높은 비중으로 개인에게 가중치로 오면 개인은 굳이 회사의 오랜 문제에 기대어 전체 속에서 자신의 탁월함이 무가치함을 미리 알게 됩니다. 그 일을 잘하는데 보상이 적절치 않다면 방법은 이직이나 태업이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위 전통적인 기업에서 조직의 성과를 개인의 성과에 일정 비중으로 계속 유지하려고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하부조직의 KPI 비중이 높으면 그 조직의 역할에 맞는 퍼포먼스만 찾게 되어 전사적인 관점을 실무에서 놓친다는 항변, 개인주의를 막고 협업을 하기 위해서라는 항변, 결국 회사가 잘 되어야 네가 잘되지 않냐는 실언들이 그것이죠. KPI 관련 실무를 한 입장에서 하나씩 반박해 보겠습니다.

1. 하부조직의 KPI가 전체 전략의 방향성을 흔드는가?

이런 논조로 평가 지표를 만드는 회사는 보통 중앙 컨트롤타워가 전체 KPI에 대한 심도 있는 검토를 하지 않는 경우, 사업 아이템 혹은 기능별로 완전한 분화를 겪어내지 못한 채로 KPI를 합의하지 못한 경우, 단일 KPI로 조직을 평가하는 경우에 주로 발생하는 것을 많이 보았습니다.

KPI 취합받는 헤드쿼터

위에 예로 든 온라인 커머스를 다시 생각해봅시다. 전체 거래액을 올해 500억 정도로 생각한다고 해보죠. 헤드쿼터에서 전사적 목표를 수립한 이후에 올해는 공격적 확장에 전략적 방점을 잡는다고 하고 전체적으로 수익보다는 매출에 집중한다고 합시다. 만약 이 회사가 단일 사업부로 구성되어 전체 밸류체인을 단일한 사업이 활용한다고 하면 각 기능에 매출 확장에 맞는 KPI를 부여할 것입니다. 고객 타겟팅은 더 많은 고객 수에 보다 집중하고 프로모션은 효율보다는 파급력을 더 보겠죠. 상품이나 기획도 공격적인 시장 확장에 초점을 맞출 것입니다.

이런 전체적인 얼개를 중앙 컨트롤타워가 어느 정도 디테일한 시뮬레이션을 해서 가이드를 줘야 전체 KPI는 전략에 따라 밸런스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목표를 각 기능부서 스스로 정해오라고 하면 대부분은 전년대비 얼마 정도의 KPI만 잡을 것입니다. 이 부서 중 누구도 500억이 어떻게 나오는지 방법을 조합할 비전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죠. 보통 경영관리, 기획자가 하는 이 업무는 각 기능들이 전체 성과를 내기 위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필요한 동력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단순히 받아 올리는 업무가 아니란 이야기죠.

그러기 위해서는 각 KPI가 어떻게 조합되어 앞으로 나가는지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이런 상태에서 하부조직에 높은 평가 비중을 맡기면 안 된다고 하고 전사적 목표의 가중치를 강요하는 것은 중앙 조직의 직무유기입니다.

관례적인 매트릭스 조직의 KPI

사업부가 여러 개인 규모가 있는 회사라면 어떨까요? 매트릭스 조직 (조직 분화 형태에 대한 설명은 https://brunch.co.kr/@lunarshore/297 이 아티클을 보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에서는 기능과 사업이 서로 교차하는 형태를 가지고 일합니다. 예를 들어 영업부는 영업 본부의 소속이기도 하지만 영업부가 다루고 있는 아이템으로 운영하는 사업부의 영향을 받기도 하죠. 두 군데 모두에서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이 경우 영업 직원의 성과 합의는 항상 쉽지 않습니다. 사업부에서 원하는 성장 목표가 있는가 하면 영업본부 자체적인 전략도 있기 때문이죠.

이 직원의 KPI에 두 입장이 서로 상충되면 두 조직 모두에서 이 목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로 다투지 않을 정도로, 문서 보고를 위해 만든 KPI지만, 두 조직 모두 이 직원을 암묵적인 평가 기준을 갖고 따로 평가하죠.

그래서 어차피 이런 목표는 중요하지 않고 전체 매출 목표만 중요하다고 강요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관리자들끼리의 느슨한 합의죠. 반면 직원은 자신이 낸 성과에 대해 아주 조금의 가중치로 평가받고 전체적인 흐름에 대부분의 성과를 부여받게 됩니다.

퍼포먼스를 다각적으로 반영하지 않는 단일 KPI

KPI를 한 가지만으로 정하는 것도 부분적인 최적화를 만들어 하부조직의 KPI를 불신하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CRM 팀의 목표를 전체 고객 중 신규 유입 고객 수 단일 지표로만 잡으면 어떨까요? 매출의 확장을 위해 지금껏 관심 밖이었던 덜 사는 고객을 위한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해서 KPI는 달성하겠지만 지금까지 높은 구매액을 보인 우수 고객에 대한 활동은 하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어집니다.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지는 않겠지만 보통 부분적인 최적화를 우려하는 경우는 각 부분의 지표를 찾아 몇 개로 전략적 방향에 따른 비중 조정을 거치지 않은 단일 지표를 쓰는 데서 벌어집니다.

이것은 복수의 KPI를 전략적 방향이 흐려지지 않을 정도로 비중을 두어 조정하면 괜찮아질 문제입니다. 이 CRM팀에 거래액 목표 500억 원을 던지고 비중을 30%씩 부여하는 것보다 이 조직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데 더 도움이 됩니다.

2. 개인주의를 막고 협업을 위해서는 전사적 KPI 비중이 높아야 한다?

개인단위로 성과 평가를 하면서 개인주의를 막기 위해 전사 목표와 팀 목표 비중을 더하면 절반이 넘는 기업이 있습니다. 사실상 운명론적인 평가 결과죠. 평가에 의한 보상도 사전에 어느 정도 그려볼 수 있습니다. 협업이 안되기 때문에 팀워크를 위해 팀이 같은 성과 비중을 높게 가져가야 한다는 의견이 이것의 근거가 됩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옳지 않습니다. 그것은 오히려 협업을 위한 구조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이지 개인이 협업을 싫어해서 그렇게 된 것이 아닙니다. 단순히 평가를 모두 비슷하게 받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죠. 한 조직의 두 사람 A와 B가 같은 표를 가진 평가 가중치가 60%라고 합시다. 회사에서는 두 사람이 같은 목표를 바라보기 때문에 더 잘 협업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부서 간 벽을 허물고 같이 놀러도 가게 만듭니다. 커뮤니케이션을 잘 해서 협업이 잘 되라는 의미로 이런 걸 합니다.

하지만 틀렸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협업하지 않는 원인이 같은 목표를 바라보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개인은 자신의 성장, 자신이 하는 일의 성과와 함께 모두 다니는 회사의 성장과 이에 따른 본인 커리어의 업적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합니다. 처음 회사에 멋 모르고 들어왔을 때처럼요. 나중에 업계에서 자신이 일로 명성이 있는 고급 월급쟁이 혹은 임원이 되고 싶어 합니다. 그냥 놀고 열심히 안 하는 직원은 회사가 그렇게 만든 것이지 신입사원이 가면을 쓰고 열심을 던지고 놀게 된 게 아니란 말입니다.

이 문제의 답은 ‘상대 평가’에 있습니다. 전사 KPI 비중이나 팀 KPI 비중이나 이런 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어차피 개인 목표 비중이 30%든 80%든 결국 줄 세우기를 할 거고 회사는 그중에 몇 명을 선정해서 보상을 집중할 것입니다. 그 문지방에 서 있는 직원이나 이미 이것이 질리거나 한 번 실수가 편견으로 남아버린 직원은 이미 이 시스템을 손 놓아 버립니다. 협업은 같이 보상받을 수 있다는 믿음 안에서 가능한 것입니다. 비중이 얼마든 줄 세워서 회사의 입장과 출신 성분대로 KPI를 활용하는 것은 어떤 KPI를 가져와도 퍼포먼스 혁신을 꾀할 수 없습니다.

3. 결국 회사가 잘 되어야 내가 잘 된다?

회사의 기득권이 자신의 철밥통을 지키기 위해 부하 직원들을 종용할 때 자주 쓰는 말입니다. 단순 사무직이나 관료제 아래의 관리자를 제외하고는 요즘 경력직에 대한 평가는 개인 단위의 퍼포먼스와 역량에 집중됩니다. 과거처럼 어디 다녔네, 거기 사이즈가 얼마이니 우리한테 도움이 되겠네 등의 인재 평가는 앞서 말한 단순 사무직이나 관료 같은 일을 하는데 쓰일 뿐입니다. 갈수록 그런 자리는 없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작은 단위의 프로젝트라도 기술이 있고 작은 성과가 있으면 그것으로 인재를 평가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가 잘 되어야 직원이 잘되는 논조로 개인 단위의 KPI 비중을 깔아뭉개는 것은 결국 우수 인력의 손실을 야기합니다.

위에서 예를 든 온라인 커머스에서 아무리 고객 타겟팅을 잘하는 분석가가 있다고 해도 결국 전체 매출만 외치거나 유입이 아닌 구매 등 상품과 프로모션에서 발생할 수 있는 변수에 더 높은 가중치를 계속 높이면 인정받지 못하는 데이터 분석 담당자는 정확한 성과를 알아봐 주는 기업으로 옮길 수밖에 없습니다. 더 해보려는 직원의 의지를 꺾는 잘못된 KPI죠.

결국 이런 기업에서 남는 사람은 누가 되겠습니까? 개인 KPI가 별 상관없는 조직 관리자들입니다. 어차피 전체 비중이 높고 자신은 그것으로 보상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전체를 우수하게 만든 각 기능과 단위의 우수 인재는 인정받지 못하는 바 나가고 남은 사람들은 이 시스템을 유지만 할 수 있거나 변주하는 수준에 그칠 것입니다. 이 시스템의 한계가 오면 새로운 도약은 어렵게 되겠죠.

길게 썼습니다만, 전체적으로 개인 단위 KPI에 대한 이해가 보다 더 필요합니다. 그리고 각 조직의 KPI가 어떻게 전사 KPI를 움직이는지 고민하고 제어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재에 대한 낡은 관습을 그전에 먼저 벗어버리는 게 더 중요한 일이겠지만요. 다시 대부분 기업들이 휴가 후면 경영계획을 준비하고 결국에는 KPI를 정하고 평가 받는 시즌이 올 것입니다. 이번에는 서로가 만족하는 다른 모습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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