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에게 드리는 글 (1)

[박상훈의 인도네시아 비즈니스] 동남아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에게 드리는 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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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상훈

박상훈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2000년 이후 한국에서는 동남아 여행 붐이 일어났었습니다. 여행으로 만난 동남아의 이미지는 사람들 친절하지, 한국에 비해 물가 싸지, 만나서 이야기해 보면 영어 발음은 이상하지만, 내 어눌한 영어도 제법 통하는 것 같고, 사람들도 여유 있고 참 편안한 곳이었습니다.

올해 동남아 그리고 인도네시아에 대한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의 관심이 유난히 뜨겁습니다. 각종 언론들은 ‘중국은 잊어라, 동남아의 이커머스 골드러쉬가 오고 있다’는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최근 스타트업얼라이언스와 오픈세베이가 발표한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5‘에 따르면 창업자들의 동남아 시장진출에 대한 관심도 부쩍 증가했습니다.

자료: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5
자료: 스타트업 트렌드 리포트 2015

인도네시아에서 거주한지 9년 차, 지금도 인도네시아를 배워가고 있습니다. 현지에서 직접 느낀 내용을 바타이으로 동남아 진출을 꿈꾸는 스타트업과 기업들에게 인도네시아에 대한 오해를 몇 가지 소개하려고 합니다.

1. 한류에 대한 믿음

인도네시아에 진출하고자 하는 스타트업들의 마케팅 방안에 십중팔구 들어가는 말이 있습니다.

“한류스타를 통한 인지도 향상”

인도네시아에는 한류가 존재할까요? 네, 분명히 존재하고 인니 문화에 많이 침투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유명한 한류스타는? 빅뱅, EXO, 런닝맨 출연자들, 김수현, 이루 정도 입니다. 일반 한국의 스타트업이 감당할 수 있는 광고모델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한류가 분명히 있지만 일부 팬덤이 강하게 존재할 뿐, 모든 인도네시아인에게 대중적인 인기를 가지고 있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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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한 학년에 30명 정도의 정원입니다. 외국인이 10% 정도이고, 그 외에는 현지 학생입니다. 아이들 친구 중에서 한국을 갔다 오지 않은 친구가 한두 명 밖에 없습니다. 아이들 반의 친구 엄마들은 제 와이프에게 ‘김치는 어디서 사냐?’, ‘오징어채 무침은 어떻게 만드냐?’, ‘한국과자를 살 방법이 없느냐?’, ‘방학에 한국 가는데 어디에 놀러 가야 하느냐?’ 등등 메신저로 많은 질문을 던진다고 합니다. 인도네시아 사람들 한국 제품 좋아합니다. 한국음식에 대한 관심도 상당합니다. 이런 현상들이 생기는 데는, 한류가 많은 역할을 했다는 것에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한류가 모든 해외진출의 문을 열어주는 만능열쇠가 될 수 있을까요?

현지에 진출한 모 화장품 회사의 이야기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한국에서 중저가 화장품으로 유명한 모 업체가 인도네시아에 진출을 했습니다. 고급 Mall에 매장을 내고, 한류스타의 사진으로 광고를 도배를 합니다. 그런데 제가 Mall에 갈 때마다 그 매장에 사람 있는 걸 거의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한국에 출장을 갈 때면, 화장에 관심 많은 둘째 딸은 이메일로 링크를 가득 보내 놓습니다. 인니에 모 화장품은 한국 가격의 2~3배라 한국에서 아빠가 사 오는 게 훨씬 돈 버는 거라고, 현지 친구들 것도 주문 받아서 같이 링크를 보냅니다.

한국에서 1%~2%의 마진율에도 민감했던 기업이 해외에 수출만 한다고 하면, 물건값의 2배를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타국의 시장 상황을 개인들이 알기 어려웠던, 80년대 상사가 전 세계를 누비던 시대는 이제 지났습니다. 이제 클릭 몇 번으로 알 수 있는 것이 너무 많은 세상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고민하셨던 경쟁력, 이 곳에서도 더 치열하게 고민하셔야 합니다.

2. 인건비가 싸다

인도네시아에서 사업을 꿈꾸는 스타트업들의 사업계획서에 한류와 함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저렴한 인건비”

특히 학생들이 쓴 사업계획서에는 이 이야기가 빠지지를 않습니다. 인건비 싼 시장이 맞습니다. 싼 인건비로 개발해서 한국 가지고 가시고, 외국에 수출하실 건가요? 인건비가 싸다는 건 한국보다 싼 거고, 미국보다 싸다는 것입니다. 현지에 진출하면 현지 업체들과 현지에 진출한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을 해야 합니다. 그 기업들은 싼 인력 안 쓰고 비싼 인력 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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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HR(Human Resource)의 문제는 해외에 나와보시면 인건비의 문제가 아니라, 그나마 경쟁력 있는 인력을 어떻게 확보,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어렵게 진출한 한국계 기업이 있습니다. 한국적 기업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직원들과 열심히 소통해가며, 기술적으로 모자란 부분은 가르쳐가며 현지 직원들을 키워냅니다. 그 후에 현지에 진출한 대기업을 배경에 둔 기업이 있습니다. 직원들을 어떻게 뽑을까요? 이미 진출한 한국기업이 잘 교육해 둔 현지 직원들 월급 올려 준다고 뽑아갑니다. 한국 대기업이 저렇게 뽑아온 직원들과 천년만년 비즈니스 잘하고 있다면 그나마 다행입니다. 경쟁자로도 안보였던 현지 기업이 대규모 VC에게 수천억 원을 투자받습니다. 미국에서, 중국에서, 유럽에서 다양한 글로벌 경력을 가진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현지 시장에 진출합니다.

작은 잘못에도 화는 버럭 내고, 인도네시아에서는 용인되지 않는 큰소리로 지시를 하고, 야근을 밥 먹듯이 시키고, 인도네시아어는 간단한 이야기 밖에 나누지 못하는 한국 관리자가 있는 기업. 현지인들에 대한 배려가 넘치고, 언어도 통하고, 미국적 비즈니스에 익숙한 관리자가 많은 현지 기업과 글로벌 기업. 인도네시아의 인력들은 어떤 회사를 선택할까요?

해외진출을 꿈꾸는 기업들에게 가장 큰 숙제는 인력입니다. 이 부분은 저도 아직 가장 고민을 많이 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3. 동남아는 물가가 싸다

제가 한국에 있을 때 동남아에 가면 원화 백오십만 원이면, 수영장 딸린 저택에 차 굴리고, 기사랑 식모랑 쓰면서 매일 골프 치고 편하게 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저도 처음 인도네시아 올 때 조금의 기대를 가진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현실을 알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제가 한국에 출장을 가면, 똑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동남아 물가는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지 백오십 만원은 아직도 한 푼도 오르지 않고 이야기 속에 등장합니다.

제가 인도네시아에 도착했던 2007년 인도네시아의 최저 임금은 자카르타 기준 원화 8만 원 정도였습니다. 내년 인도네시아의 최저 임금은 자카르타 기준 30만 원 정도입니다. 최저임금은 최저 생계비를 기준으로 책정되는 인도네시아의 특성상 물가가 9년 만에 4배 가깝게 올랐습니다.

동남아의 물가를 생각하실 때 꼭 감안하셔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현지 물가와 외국인의 생활물가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가장 싸다는 야채류도 한국사람은 현지인이 잘 먹지 않는 배추나 무를 먹어야 합니다. 현지의 야채 가격은 쌉니다. 하지만 배추나 무는 싸지 않습니다. 어렵게 수입된 고춧가루를 사 먹어야 하고, 고추장 된장도 사 먹어야 하고, 멸치 다시마 등도 사 먹어야 합니다. 과일의 경우, 일부 열대과일을 제외한 과일 가격은 전혀 싸지 않습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사과의 가격은 정말 엄청납니다. 사과 하나 사면 먹기 조심스러울 정도입니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이슬람이 대부분이라 술이 엄청 비쌉니다. 한국식당에서 소주 한 병 먹으면 원화 1만 5천 원에서 2만 원입니다. 4명이서 삼겹살에 소주 몇 병 먹으면, 그냥 20만 원 쉽게 나옵니다.

저 위에 백오십만 원이 어떻게 나온 금액인지 모르겠지만, 자카르타 시내에 아파트에 사시는 한국인의 경우 월세가 원화 백오십만 원 넘는 분들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의료보험도 되지 않습니다. 감기 걸려서 병원 가면 한국 돈으로 십만 원은 쉽게 나옵니다. 그래서 여기 사시는 분들은 어느 정도 아파서는 병원을 잘 가지 않습니다. 애들 교육비 문제로 들어가면 정말 심각합니다. 인도네시아에서 초, 중, 고를 보내신 부모님들은 애들이 한국 대학교에 가면, 아 이제야 살 것 같다고 하십니다. 현지 학교에 보낼 수는 없고, 최소한 한국학교 아니면 국제학교를 보내야 하는데, 여기 국제학교의 수업료가 한국 대학교 등록금은 아무것도 아닌 실정입니다.

올 해 들어 유달리 한국의 IT기업으로부터 인도네시아에 대한 문의가 많이 늘어났고, 인도네시아로 직접 시장조사를 오시는 분들도 많이 늘어났습니다. 그 분들을 만나보면 그 들이 생각하는 동남아는 실제적인 동남아가 아니라 꿈꾸는 이상적인 시장으로서의 동남아 일 경우가 많습니다. 동남아는 동남아고, 한국은 한국입니다. 동남아는 그저 진출하기만 하면 황금광이 펼쳐지는 곳도 아니고, 열대지역의 무지한 사람들만이 사는 곳도 아닙니다. 그저 한국처럼, 세상 사람들이 살고 있는 어느 곳처럼 우리와 조금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입니다. 물론 너무 어렵게만 보실 필요도 없습니다. 이 곳도 역시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곳이니까요.

*편집, 교정: 심상용 모비인사이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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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생활 9년차. 현지에서 E-Commerce Startup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 Commerce& (PT.Boeun Indonesia) CEO & Co-Founder 전 Wowbook, Cidow, Humuson(구 에이메일) 근무. 마케팅 및 컨설팅 업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