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사업 성공의 ‘전제조건’

[흔한 전략기획의 브랜드 지키기] 신규사업 성공의 ‘전제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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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려막기, 캐시카우에서 평가, 시스템까지 

 

회사를 다니면서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모습을 많이 보고 경험했습니다. 이커머스 같이 새로운 채널에 뛰어드는 것부터 아예 다른 업종을 추진하는 모습, 전에 없던 마케팅이나 IT 같은 기능을 위한 조직 생성 등 기업 내부에서 미래를 위해 새로운 조직을 만들고 신규 사업을 추진하는 모습은 비교적 흔한 일입니다. 신규 조직이 만들어지면서 기존에 있던 직원들이 새롭게 조직되어 새로 생기는 부서로 가기도 하고 외부에서 실력 있는 경력자가 와서 이끌어 주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매 번 의문이 드는 점은, 기업가 정신이나 스타트업 사례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보통의 기업에서 왜 기존에 있던 직원을 돌려 쓰기 하면서 새로운 조직을 만드느냐는 것입니다. 특히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장에 기존에 사업을 말아먹은 임원이 어디서 숨어있다가 거기 가 있는 경우 말이죠.

보통 기존의 사업이 잘 되다가도 안되면 책임을 지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좋은 회사인지 나쁜 회사인지 모르게 계속 기회를 줍니다. 중간에 팀장이나 실무자들은 나가떨어지거나 책임을 지고 자리를 물러나는 안타까운 경우도 보지만 젖은 낙엽 같은 임원이나 준임원쯤 되는 분들은 상관없는 분야로 숨어있다가 다시 튕겨서 계속 새로운 일을 맡고 거기서 사업에 대한 이해도 채 하지 못한 채로 다시 말아먹고 또 다른 것을 맡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회사는 진정 새로운 사업을 잘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것일까요?

왜 계속 말아먹는 책임자를 새로운 사업을 맡는 자리에 앉힐까요?

 

회사 입장에서는 기존에 성과를 내던 사람이 새로운 곳에서 성과를 낼 거라는 말로 명분을 삼습니다. 어떻게 보면 사람의 가능성에 주목한 말처럼 보입니다. 그 자체는 멋집니다. 이 사람은 기존에도 성과를 내는 습관을 가지고 있고 사업에 대한 이해와 타고난 리더십이 있어서 어떤 사업도 유사하다면 몇 년 안에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가졌다고 보는 겁니다. 사실 한 두 번의 실패는 다른 요인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기회를 주는 모습은 정말 좋은 회사라는 착각을 주게 만듭니다. 물론 실무자나 중간 관리자들은 그런 혜택을 누릴 새도 없이 회사의 몰락과 함께 한 두 번의 검증에 날아가는 일이 적지 않지만 말이죠.

그런데 생각해봐야 할 것은 그 임원이 낸 성과가 과연 그 사람이 낸 것인가에 대한 것입니다. 보통은 그 밑에 시장에 대한 인사이트 있고 추진력이 좋은 실무자가 있기 마련이고 그 사람의 공을 임원이 홀로 차지할 수도 있으니까요. 또 사업을 만들어가고 준비한 사람은 따로 있고 그 사람은 그 시기를 지나 그 사업을 물려받으면서 열매만 취할 수도 있으니까요. 이런 검증은 사업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없이 단지 그때 그때의 성과지표만 비교하는 기계적이고 수준 낮은 인사 평가에는 반영될 수가 없는 일입니다.

비지니스가 복잡하다고 하면서 비지니스의 공과는 복잡하게 검토하지 않으니 끌어줄 사람을 성과날 시점에 앉히게 마련이죠. 시장 경기나 제도가 풀리는 시점이나 재고가 급속하게 사라지기 직전, 부실 자산에 대한 처분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점, 자원 투입량을 늘리기로 결정한 시점, 연구개발의 어느 수준이 넘어가는 시점 등 돋보기로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시점을 전후해서 벌어지는 인사이동은 의도된 왜곡을 만들어 냅니다. 물론 평가자는 사업의 디테일 따위는 관심도 없을 테니까요.

 

한 편으로는 회사의 인재 투입에서 정말 모험을 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습니다. 캐시카우에 계속 집착하는 것이죠. 회사는 언젠가는 캐시카우인 사업 아이템이 소멸하리라는 것을 알지만 당장 돈이 되므로 그걸 성공시킨 주역들을 새로운 사업에 잘 참여시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지금 돈 버는 것을 계속 벌라는 것이죠. 대신 기존 조직에서 적응에 실패한 사람들로 신규 사업팀이나 새로운 백오피스 조직을 만드는 경우를 봅니다. 정작 새로운 조직의 의미나 중요성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지금 있는 것을 지켜야 한다는 명목에서요. 맞는 말처럼 보입니다. 지금이 중요하고 당장 기업의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 조직을 강화하는 게 기업 입장에서는 중요하니까요.

그렇지만 한 번 생각해 볼 질문이 있습니다. 사업을 여기까지 키워오면서 그 사람이 다른 것을 할 수 있도록 왜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고 후임을 기르지 못했는지 말이죠. 장사가 아닌 기업, 경영을 위해서는 이 질문을 계속 던져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긴급한 문제로 중요한 문제 무시 

지금 당장 중요하다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 것은 오래된 사업 아이템을 붙잡고 있는 것과 같지만 기업 내부에서는 당장 긴급한 문제로 중요한 문제가 무시당합니다. 바쁘다고 인건비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보다 더 싸다고 이런 결정이 방치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 삼성전자에서 ERP를 10년 만에 SAP HANA로 교체한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인메모리 방식이라 기존에 비해 높은 속도를 보이는 것도 클라우드로 공간의 제약을 덜 탈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구축하는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일입니다. 아무리 삼성이 소수의 인재가 회사를 끌어가는 것이라지만 이런 투자를 하는 것은 ‘관리의 삼성’이 관리를 하기 위해 하는 잘한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회사들도 소수의 인재들이 아이디어를 내고 사업의 주도권을 갖습니다.

하지만 이런 전체적인 시스템에 투자하는 결정은 아무리 오너라도 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10년이 아닌 15년이 넘어가는 ERP도 교체를 검토하지 않는 기업이 부지기수고 시스템 이전에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장애가 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상황의 기업이 적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이런 결정은 타 기업에서도 생각해 봐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며

한 때 전국적으로 유행했던 스타크래프트 같이 테크트리를 탈 지 멀티를 할지 결정을 하고 하나를 하면서 다른 하나를 언제 할지 타이밍을 잡는 것은 사업에서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물량을 선택하면 초반에 승부를 봐야 하고 시간이 지나면 높은 테크의 상대방에게 전략적인 우위를 내어줄 수밖에 없는 것을 많이 봅니다. 기업 활동이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신규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면 해당 사업과 기술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맡는 것이 맞습니다. 사업 확장에는 반드시 테크트리가 필요하고 양산은 그 후에 생각해 봐야 하죠.

기존 사업에서 양산으로 성공을 거둔 사람, 그것도 자신의 역량인지 타인의 공이었는지 모를 평가 제도 하에서 인맥이 좋은 사람. 이 사람을 믿고 회사의 명운을 계속 맡길 수 없습니다. 또 신규 사업을 한다면 기존 사업은 알아서 돌릴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어야 합니다. 지금 돌리는 사업의 미네랄이 다 떨어지기 전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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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강제 소등, 강제 연차를 쓰는 게 좋아진 걸까?

 

 

PETER님이 브런치에 게재한 글을 편집한 뒤 모비인사이드에서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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