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블루보틀 1호점은 강남이 아니라 성수다

[세상물정에 숨은 디테일 찾기] (13) 블루보틀 1호점은 강남이 아니라 성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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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Bottle Brooklyn.

마케팅과 브랜딩, 그 너머의 것들

 

서울 성수동 붉은 벽돌 마을에 위치한 블루보틀 1호점

 

미국에서 탄생한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 블루보틀(blue bottle)이 얼마 전 서울 성수동에 매장을 열었습니다. 이는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오픈한 아시아 매장이라고 합니다. 블루보틀에는 식당 한편을 빌려 시작했다는 창업스토리부터 바리스타가 직접 내리는 훌륭한 핸드드립 커피, 푸른 빛깔의 브랜드 로고 등의 수많은 수식어가 따릅니다. 그래서 혹자는 커피계의 ‘애플’이라 칭하기도 하지요.

그래서 많은 사람이 블루보틀의 한국 진출을 염원했는데, 이와 관련해 수차례 소문이 돌기도 했습니다. 2017년 12월엔 삼청동에, 2018년 9월엔 강남에 매장을 연다는 소문도 있었구요. 허나 모두의 예상을 깨고 블루보틀은 삼청동도 강남도 아닌 성수에 첫 매장을 낸다는 발표를 합니다.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 : 세계적으로 협의된 정의가 존재하지 않기에 관점에 따라 다양한 뜻을 갖는데요. 가령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는 생두 350g당 결점두가 5개 이하이며, 테이스팅을 통해 100점 만점에서 80점 이상의 점수를 획득한 커피를 의미합니다. 한편으론 특정 지리 조건, 기후 조건을 가진 생산지 농장에서 나온 단일 품종으로 만든 고품질 커피를 말합니다. 즉 스페셜티 커피란 특별한 환경과 가공 과정이 만드는 특별한 맛의 커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브랜딩은 마케팅을 선별하는 작업이다 

블루보틀 성수점 내부 전경

 

사실 삼청동과 강남 모두 위치로만 따진다면 부족함은 없습니다. 삼청동은 가장 한국다운 장소 중 하나로 북촌 한옥마을과 경복궁, 광화문 등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재가 위치해 있지요. 따라서 어느 지역보다 관광객들이 많이 몰리는 편입니다. 대체로 관광객들은 충분한 소비력과 시간적 여유로움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긴 대기시간이 필요한 블루보틀에겐 관광객들이 목표 타깃으로 제격이지요. 실제로 블루보틀 코리아는 2호점을 삼청동에 낸다고 발표했습니다.

한편 강남은 한국을 대표하는 주요 상권입니다. 직장인, 학생, 관광객들로 엄청난 유동인구를 자랑하는 지역이기도 하죠. 한국 부동산 서비스 기업 mateplus 보고에 따르면, 강남의 일평균 유동인구는 80만명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강남은 트렌드에 민감한 2030세대가 주를 이루는 상권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블루보틀에겐 황금도시인 엘도라도 같은 곳이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블루보틀이 1호점을 낸 곳은 성수동이었습니다.

성수는 수제화 장인들이 모인 산업지구이자 여러 스타트업 기업과 예술 갤러리가 자리 잡은 곳입니다. 또, 서울숲을 비롯해 뚝섬이라는 아름다운 자연환경이 공존하는 지역이기도 하죠. 그래서 성수를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매장 입지를 정하는 작업은 마케팅 4P 가운데 유통(Place)에 해당합니다. 여기에서 4P는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판매촉진(Promotion)을 이야기합니다. 4P는 1960년 미국 미시간 주립 대학교수인 제롬 매카시에 의해 등장한 개념입니다. 마케팅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4P는 기본으로 알고 있어야 할 바이블 같은 개념이죠. 시간이 지나면서 학자들마다 4P를 다른 관점으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기업 관점의 4P를 고객 관점의 4C(Customer Benefit, Cost, Convenience, Communication)로 제안했습니다.

또 다른 경영학자 필립 코틀러는 기업과 고객 관점을 아우르는 4C(Co-Creation, Currency, Communal Activation, Conversation)를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학자들의 고민은 공식을 만드는 데 있습니다.

공식은 정형화된 틀을 의미합니다. 4P든 4C든 결국 목표는 기업의 이윤 극대화입니다. 다시 말해, 이윤 극대화라는 답을 얻고자 제안된 공식이 4P와 4C 같은 것들이죠. 즉, 마케팅이란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 행하는 일련의 모든 과정과 공식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경험 마케팅, 인스타그램 마케팅, 이메일 마케팅, 노이즈 마케팅 등 OO마케팅이라는 신조어가 끝없이 등장합니다.

 

 

마케팅과 브랜딩을 바라보는 필자의 관점

 

 

마케팅엔 한계가 존재합니다. 최대한 효율적인 방식으로 하나의 목표를 좇게 되면 반대급부가 발생하기 마련이죠. 예컨대, 노이즈 마케팅은 인지도를 높이고자 논란거리를 만드는 마케팅입니다. 분명 이윤 극대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논란을 만들어 인지도를 높이는 것은 분명 효율적일지도 모릅니다. 단시간에 많은 이목을 집중시키게 하는 것은 이만한 방법이 없으니까요. 그러나 이는 지속 가능성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브랜딩과 마케팅의 차이는 지속 가능성

브랜딩과 마케팅의 차이는 지속 가능성입니다. 노이즈 마케팅이 단시간 내 이윤을 극대화하는데 비록 도움을 줄지 몰라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쓸모가 없습니다. 브랜딩은 기준을 두고 적절한 마케팅을 구분해 지속 가능성을 부여하는 작업입니다. 이때 기준은 브랜드가 가진 철학을 의미합니다. 애플의 혁신처럼 말이죠.

하지만 철학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것은 아닙니다. 2006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탄생한 신발 브랜드 탐스(TOMS)는 모두가 공존하는 지구촌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그래서 신발 1켤레가 팔릴 때마다 제3세계에 똑같이 기부해 시선을 끌었습니다.

주위에서는 탐스의 기부 활동으로 인해 제3세계 지역 산업이 붕괴된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탐스는 기부를 가장 받이 받는 지역 두 곳(아르헨티나와 에티오피아)에 신발 공장을 짓게 됩니다. 브랜드 철학에 매료된 이들로 팬덤이 생기기도 했지요. 무디스에 따르면, 탐스는 창업 7년 만에(2012년 기준) 무려 5억 100만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를 기점으로 탐스의 매출은 곤두박질 칩니다. 2017년엔 매출 기록이 3억 5400달러에 그칩니다. 그 원인은 매출에 크게 기여한 ‘클래식 알타가타스’ 후속 모델들이 줄줄이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브랜딩을 고집하다가 그 바탕이 되는 마케팅을 놓친 것이죠. 

 

탐스와 클래식 알타가타스

 

브랜딩은 메타(meta) 마케팅입니다. 메타는 그리스어로 ‘~후에’, ‘~넘어서’라는 뜻을 갖습니다. 어떤 이론이나 개념 앞에 메타가 붙으면 한 차원 높은 상위 이론을 설명하는 단어가 되기도 합니다.

마케팅의 궁극적 목표가 이윤 극대화라면 이에 지속 가능성까지 더해져 마케팅을 초월한 개념이 바로 브랜딩입니다. 그래서 기업들은 현실 매개물에 자신들의 철학을 녹여 구현하고자 합니다. 성수에 자리 잡은 블루보틀 1호점처럼 말이죠. 이 같은 과정을 반복하고 누적되면 브랜드 그 이상의 자산이 갖춰집니다.

그렇다면 블루보틀의 브랜드 철학과 그 철학이 매력적인 이유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성수동은 많은 이윤을 낼 수 있는 환경은 아니지만,
블루보틀을 가장 가치있게 만드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핸드 드립 방식의 커피 출처. 유튜브 skillshare

 

한잔을 위한 기다림, 15분

블루 보틀의 시작은 2002년입니다.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은 단돈 600달러를 투자해 샌프란시스코의 식당 한편을 빌립니다. 그 자리에서 프리먼은 한잔 한잔 공들인 핸드드립 커피를 팔았습니다. 커피가 최상의 맛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 것이죠. 창업주의 이런 정신은 블루보틀 곳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블루보틀은 로스팅 후 48시간 이내 원두만 사용하며, 주문한 커피를 받기까지 15분을 기다려야 합니다. 2015년 2월 도쿄에 낸 아시아 1호점에서는 한때 매장 입장까지 2시간, 주문 후 커피를 받기까지 30분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창업주가 그랬듯, 바리스타가 한잔 한잔 정성껏 커피를 내리기 때문이죠.

 

 

블루보틀의 철학은시간을 담은 검증된 커피에 있습니다.

진정한 부자는 돈이 아닌 ‘시간’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에게 시간은 하루 24시간 공평하게 주어지죠. 수백억의 자산을 보유한 자산가와 공원 벤치에서 잠을 청하는 노숙자에게도 하루는 24시간입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간은 판매되기도 합니다. 대가로 돈, 명예와 같은 자원을 보상받고 삶을 영위하죠. 교환되는 ‘시간’이라는 자원은 물리적 시간을 넘어 자유를 상징합니다. 설령 돈이 많아도 즐길 시간이 없다면 그 의미는 퇴색됩니다. 따라서 시간을 담은 커피 한 잔은 명품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명품은 그 쓰임과 만듦새를 떠나 상징적인 의미를 갖습니다. 명품 카테고리 중 하나로 시계가 존재합니다. 사실 시계는 기능만을 볼 때 더 이상 쓸모 없는 제품입니다. 굳이 시계가 아니더라도 시간을 알리는 도구들이 널려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명품 카테고리에 포함하는 이유는 시계가 시간을 상징하는 의미로 통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블루보틀은 15분의 기다림과 시간을 상징하는 의미로 통합니다. 이는 커피계의 명품으로, 여유와 시간적 자유로 의미가 이어지는 것이죠.

 

 

한 카페의 배치브루 머신 출처. freshcup(Cory Eldridge)

 

한편 블루보틀은 지금까지 핸드드립 방식을 고수했습니다. 상징은 실체로 검증되지 않는 한 허구에 불과합니다. 다시 말해 고객 앞에서 핸드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추출한다 한들 빼어난 맛이 아니라면 상징은 허구일 뿐이죠. 그렇게 된다면 고객은 브랜드에 금방 싫증 내겠죠. 하지만 블루보틀은 줄곧 뛰어난 바리스타와 좋은 품질의 원두로 최상의 커피를 고객에게 제공해왔습니다. 한 마디로 커피 품질을 자신들이 검증해왔던 것이죠.

이에 힘입어 2017년 네슬레가 블루보틀을 인수할 당시, 기업 가치만 무료 7억 달러(8000억 원)에 달했습니다. 그리고 블루보틀은 올해 4월, 배치브루(batch brew) 방식의 커피를 메뉴에 추가하겠다고 발표했합니다. 배치 브루는 커피 머신으로 한 번에 여러 잔의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을 뜻하는데요. 기존의 핸드드립과는 완전히 다른 방식이죠.

 

 

블루보틀은 스스로가 빼어난 커피임을 증명했습니다.

창업자 제임스 프리먼(James Freeman)과 품질 이사 벤자민 브루어(Benjamin Brewer)는 10년 전부터 배치브루 방식의 커피 메뉴 도입을 고민해왔다고 합니다. 기존 핸드드립은 바리스타가 한 번에 추출할 수 있는 커피 양이 한 잔에 그쳤습니다. 점심시간처럼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도 이를 감당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고객이 매장을 방문해도 점심시간이 끝나도록 대기만 하다 사무실로 돌아가거나, 기다리다 지쳐 다른 가게를 찾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배치브루는 한 번에 여러 잔의 커피를 추출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단시간에 많은 수요를 감당할 수 있고, 커피 가격도 낮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 기계로 커피를 추출하기 때문에 균일한 맛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블루보틀의 그간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열쇠인 셈이죠. 그러나 커피 머신을 바로 도입할 순 없었습니다. 맛은 균일하지만 아주 빼어난 맛은 아니었거든요. 즉, 배치브루는 블루보틀의 브랜드 철학과는 어울리지 않았던 것이죠.

 

They weren’t looking for a machine to replace human technique, they were trying to find one that could be tailored to Blue Bottle’s exacting standards of deliciousness.

프리먼과 브루어가 찾아 헤맸던 머신은 단지 사람을 대체할 머신이 아니라, 블루 보틀의 빼어난 맛을 구현해줄 머신이다… 출처- 블루보틀 공식 사이트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현재, 블루보틀은 커피 업계를 주도한 기업 커티스(Curtis)와 함께 최상의 커피 맛을 구현할 수 있는 머신을 만들었습니다. 커피 머신 이름은 ‘커티스 G4(Curtis G4)’로, 바리스타가 커피를 추출에 관여해야 하는 모든 변수를 통제할 수 있는 머신이죠. 결국 한 잔의 커피를 추출하기 위해 10년의 세월이 담긴 셈이죠. 

 

 

공간을 파는 스타벅스와 커피를 파는 블루보틀

커피를 논하는 데 스타벅스를 빼놓을 수 없죠. 2018년 말 스타벅스 커피는 ‘커피’를 뺀 ‘스타벅스’로 브랜드 네임을 변경했습니다. 커피를 뺀 스타벅스의 속내는 사실 브랜드 확장을 염두에 둔 것인데요. 포화상태에 가까운 카페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카테고리로 확장하려는 것이죠. 2012년에 티(tea) 브랜드 티바나(Teavana)를 인수한 이유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럼 블루보틀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요? 아마도 가장 인간적이고 기술적인 커피 브랜드가 되지 않을까 짐작해 봅니다.

 

출처. 커넥츠 스콜레

 

영국 친환경 화장품 브랜드 러쉬(lush)는 임직원 개개인이 캠페이너(campaigner)로 알려져 있습니다. 러쉬는 동물실험, 과대포장 반대처럼 친환경적인 캠페인에 앞장서고 있는데요. 이 외에도 소액의 돈을 기부하거나 다른 브랜드와 다르게 임직원들이 최전방에서 캠페인을 이끌고 있습니다. 임직원 모두가 러쉬 브랜드 철학을 실천하는 캠페이너인 셈이죠.

블루보틀도 마찬가지입니다. 배치 브루를 위해 커피 머신을 도입하더라도 바리스타 인원을 줄지 않을 것입니다. 블루보틀에 따르면 성수 매장에는 바리스타를 교육하고 시음회까지 열 수 있는 ‘트레이닝 랩’ 공간도 마련했다 합니다.

앞으로 러쉬의 캠페이너의 역할을 블루보틀의 바리스타가 하지 않을까 합니다. 고객과의 면대면 접점을 늘리고 보다 진정성 있는 하나의 커피 커뮤니티 플랫폼으로 나아가는 것이죠.

오늘날 1인 가구가 늘고 있는데 여기에서 1인 가구의 의미는 온전이 ‘나’라는 사람을 위한 것을 뜻합니다. 이때 블루보틀은 하나의 취향으로 커뮤니티를 이루는 구심점이 될 수 있습니다. 굳이 가족을 이루지 않아도 무리가 필요한 인간의 본성을 감안할 때 충분히 해봄직한 시도로 풀이됩니다. (참고: 무리짓기의 본능을 잘 조절하라)

 

뉴욕 미드 타운 블루보틀

 

블루보틀은 가장 기술적인 커피 브랜드가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위 사진은 뉴욕 미드 타운의 블루보틀 매장 전경입니다. 이 사진에서 주목할 부분은 벽에 빼곡히 진열돼 있는 원두 캔입니다. 이 캔 안에 든 원두는 최대 6개월까지 맛과 향이 유지된다 합니다. 이처럼 블루보틀은 끊임없는 도전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마치 10년의 세월을 담은 한 잔의 커피처럼 말이죠. 이들에겐 도전은 철학이자 강력한 힘입니다.

블루보틀의 미래는 가장 뛰어난 기술력을 가진 커피 브랜드로 성장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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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운진님의 브런치에 게재된 글을 모비인사이드가 한 번 더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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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과 기획이 담긴 것들을 사랑하며, 알려진 곳보단 알려질 곳을 좋아하는 글쟁이입니다. 현재 브런치에서 작가로, 미디어 스타트업 트렌드 인사이트에서 에디터로 활동 중입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국제금융학을 전공했지만, 제 꿈은 마케팅하는 글쟁이입니다. 마케팅, 브랜딩, 테크 나아가 독립서점처럼 관점과 기획이 담긴 사례를 깊이 있게 다루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