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사들

[슬기로운 직장생활] 착하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상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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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happy and tired man standing at office on background with working colleagues

Good Person, Bad Boss  

 

오늘 이야기하려는 상사는 사실 싸이코라고 하기엔 너무 정상인입니다. 다른 사람들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감도 하면서, 때로는 직원들 분위기에 맞춰줄 줄도 아는 아주 인간적인 사람이니까요.

그럼 좋은 상사 아냐? 싶을 텐데요, 문제는 상사로는 별로다 정도가 아니라 나쁘다는 말이 나오게 한다는 겁니다.

분명 같이 이야기 나눌 땐 ‘이해한다, 그래서 윗사람에게 정확하게 전달하겠다.’고 해놓고는 감감무소식이거나 전혀 엉뚱한 결과를 만들어낸 후엔 안면몰수하는 이 상사들.

오늘은 모든 걸 해줄 것 같지만 결국 아무 것도 해주지 않는 상사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일단 이들의 정서적, 관계적 태도를 좀 살펴봅시다. (아마 아래 설명만 읽으시면 ‘정말 괜찮은 사람인 것 같은데 왜 싸이코라고 하지’라며 의아해 하실 것 같기도 하네요.)

 

1. 맞아요, 좋은 사람이예요.

이 상사들은 직원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공감도 곧잘 해줍니다. 너무 공격적이지도 않아서 아마도 밖에서 업무와 상관없이 만난 사람이라면 분명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 같습니다. 더불어 이런 태도가 가식적이거나 타인을 이용해먹으려 하는 의도도 없습니다. 분명 친화성 높고 좋은 사람입니다.

게다가 정서적으로도 안정되어 있습니다. 이들은 감정의 널뛰기가 심하지 않습니다. 불안이 너무 많아서 부하 직원들을 못살게 굴지도 않고, 예민해서 직원들의 말 한두마디에 꽁하거나 버럭하지도 않죠. 그리고 꼰대질도 별로 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써놓고보니 제가 봐도 정말 괜찮은 사람같네요^^;

 

2. 외향적이며 자기를 드러내려고 합니다. 

관종까지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본인이 앞에 나서서 주도하려고 합니다. 사람들 사이에 있을 때 그 자리를 이끌고 가려고 하고, 자기 의견도 적극적으로 말하는 스타일입니다. 그렇다고 관심을 끌려고 무리한 짓을 할 정도로 어리석거나 미성숙하지는 않지만, 자기 주장이 강하고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즐깁니다. 그리고 말로 약속을 잘합니다. 호언장담을 하기도 하죠.

 

3. Risk taking은 잘 하지 않습니다. 새로운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 상사들은 상대적으로 진취적이거나 위험부담이 큰 일을 잘 시도하지 않습니다. 무언가 새로운 일에 뛰어든다거나, 신기한 것을 배워보려고 한다거나 하지도 않습니다.

가령 부하직원이 색다른 업무 아이디어를 내거나 신규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 등에 대해 부정적인 경우가 많고, 새로운 방안을 고민해야 할 때 유연성이 떨어집니다. 한마디로 기존의 방법을 답습하고 유지하는 것만 열심히 합니다. 적극적이고 자기주도성이 높은 직원 입장에서는 답답할 때가 종종 생기게 됩니다.

 

4. 대단히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합니다. 

의문의 여지없이 성실합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일에 대해 책임감이 강하고 어떻게든 완수하려고 합니다. 원칙과 계획을 준수하고, 특히 실적과 결과를 대단히 중요시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성실성이 조금 과해서 옆에서 보면 좀 완벽주의자라는 겁니다. 약간 강박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경직성이 많이 보입니다. 직원 입장에서보면 책임감있고 성실해서 좋기는 한데, 경직성이 높아서 답답하고, 고집불통처럼 느껴질 때도 많습니다.

 

5. 조직을 위해 일합니다. 

이들의 성실함은 자기 자신의 성공도 있겠지만 그것보다 조직을 위한 것입니다.그렇다고 상사에 대한 열혈 충성파이거나 눈치를 보면서 충성하는 척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원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조직원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순수한 의미의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들이죠.

정리해보자면 이런 사람이네요. 

  • 성실하고 책임감이 높습니다.
  • 조직을 위해 일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공감도 할 줄 압니다.
  • 하지만 답답한 면이 많고 완벽주의/원칙주의 성향이 강하며
  • 자기 의견이 강하고 호언장담 기질이 있는 사람입니다.

 

조건이 너무 타이트해서 저런 사람 별로 없지 않나 싶기도 하시겠지만, 꼼꼼하고 책임감 있는 일처리가 필요한 조직이나 영업이 중심이 되는 조직에는 전체 상사들 중에서 20~30%를 훌쩍 넘는 비율을 가진 아주 흔한 유형입니다.

자 이제 다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봅시다.

 

 

이런 상사가 대체 왜 사무실의 싸이코일까요? 

 

1. 의사 결정자에게는 예스맨, 하지만 부하들에겐 강압적!

이들의 첫번째 문제는 높은 친화성이 자신의 보스에게 주로 발현되는 반면, 높은 외향성에 따른 강한 자기 주장은 부하들에게 향한다는 겁니다. 한 마디로 자신의 보스에게는 유약하고 휘둘리는 예스맨인데 부하들에겐 자기 생각을 강요하는 강압적인 상사라는 것이죠.

이들은 기본적으로 조직에 대해 책임감을 갖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친화성이 높아서 반대의견을 내거나 사람과의 갈등이 생기는 걸 피합니다. 때문에 자기 윗사람에게 똑 부러지게 직언하는 것은 이들에게는 상상하기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 동시에 이들은 특유의 경직성과 함께 완벽주의, 성과 집착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성향은 부하직원들에게는 본인의 방침을 강요하고, “까라면 까”라는 식으로 발현됩니다.

결국 윗사람에게는 꿀먹은 벙어리 신세로 숙제만 잔뜩 받아오고, 부서로 돌아와서는 직원들에게 책임 완수를 요구하니 직원들 입장에서는 힘든 상황이 안생길 수가 없습니다.

 

2. 장담은 잘 하지만 윗사람에게 직언해야 하는 약속은 안지킴

높은 외향성과 친화성은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는데, 바로 약속은 잘하지만 자기에게 곤란한 약속은 안지킨다는 겁니다.

이들에게 곤란한 약속이란 자기 윗사람에게 예산이나 기타 지원을 요청하거나, 직원들의 어려움을 대변하는 것입니다. 분명 보스를 만나러 가기 전에 부하직원과 이야기할 때는 여러가지 상황을 확실하게 전달하겠다고 장담합니다. 하지만 윗사람과 만나고 나서는 모른 척하거나 ‘우리가 직원인데 한번 더 참고 지내보자’ 같은 소리를 합니다.

처음부터 약속이나 안했으면 속이라도 덜 터질텐데 이들의 외향성은 꼭 짜증나는 상황을 만들어 냅니다.

 

3. 성과에 목숨을 걸다보니 과정 관리가 안됨

앞서 언급한 것 처럼, 이들은 매우 성실합니다. 실적에 집착하며 기어이 성과를 만들어내고야 말죠. 하지만 이런 성향 때문에 과정 관리가 잘 안된다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가령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뭔가 과한 요구를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이들은 소속 팀의 책임자이기 때문에 회사의 입장을 잘 설명하고, 발생하는 불만 사항에 대해서는 정리해서 윗사람이나 관계부서에 잘 전달할 의무가 있죠. 때때로 본인이 목소리를 높여 직원들을 옹호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위에서 떨어진 명령은 비록 부당할 것일지라도 이들에겐 지켜야할 목표가 됩니다.

게다가 한 술 더 떠서, 직원들이 반발할 것을 뻔히 아니까 아예 설명을 안해버립니다. 하지만 세상에 비밀은 없는 법이고 회사에서는 더더욱 비밀이 없죠. 결국 여러가지 루트를 통해서 직원들은 이런 사실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상사들은 ‘니들이 참아’ 라는 식으로 무마하고 넘어가려고 하죠.

정공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유야무야 넘어가면서 실적만 챙기려고 하고, 회사의 입장만 대변하려고 합니다. 차라리 처음에 정확하게 설명하고 명시적으로 회사 요구 사항이니 반드시 실행하자 라고 했으면 조금이라도 덜 상처받았을텐데, 좋은 사람이고 싶어하다보니 문제가 부풀어 터질 때까지 직시하지 않는 겁니다.

 

4. 본인의 역량 부족을 관계의 문제로 넘어감

결국 이들에게 부족한 건 리더로서의 자각입니다. 조직의 일원으로서 가지는 책임감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그의 명령을 따르는 직원들에 대한 책임감입니다. 필요하다면 타 부서와 싸우기도 하고 협상도 하고 설득도 하면서 자기 팀과 팀원들의 대변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리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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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폭행

 

하지만 이들에게 리더란 바로 ‘실적을 만들어내는 관리자’일 뿐입니다. 기관총알이 쏟아지는 노르망디 해변에서 ‘돌격 앞으로’만 외칠 뿐이라는 것이죠. 물론 조직 책임자는 실적을 만들어야 합니다만, 그것만 가지고 리더라고 불릴 수는 없죠. 조직원들의 개인적 발전과 동기부여, 심리적 안정감 등도 돌봐야 하고, 그렇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도 실적만큼이나 중요한 책임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거의 모든 회사가 리더가 리더로서 역할을 한다고 보상을 하거나 승진을 시키지는 않습니다. 그저 말 잘듣고, 실적 잘만드는 사람이 승진하는거죠.

때문에 이들은 부족한 리더로서의 자각과 역량을 사람 좋은 미소로 넘어가려고 합니다. 부하직원들에게 ‘미안한데 이번엔 회사가 원하는 대로 하자’ 같은 말만 반복하면서 말이죠.

 

5. 해결책도 없으면서 온갖 난리가 다 터진 뒤에 미안해 하기만 한다. 

처음부터 그냥 “니들 감정따위 상관없고, 오늘부터 야근이든 뭐든 해서 목표 만들어내”라고 대놓고 얘기하는 냉혹한 상사라면 차라리 낫습니다. 욕은 나오지만 컨셉과 방향성이 명확하니까요. 하지만 내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고 뭐든 당장 해결해줄 것 처럼, 팀원들 편인 것 처럼 말해놓고는 모른척 하는 것 보면 더 열받습니다.

상상해보세요. 과장님이 부장님한테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다라고 명확하게 말했으면 굳이 이 고생 안해도 될 것 같은데.. 실컷 삽질하고 나서는 “어쩌겠니, 그냥 니들이 참어”, “그래 힘들겠다” 같은 말만 계속 하는 상황 말입니다.

자기주장이 강해야할 땐 윗사람과의 관계를 따집니다. 하지만 팀원들을 챙겨줘야할 땐 자기 주장을 강요하고 책임감을 요구하면서 실적만 챙깁니다. 그리고 상황이 종료된 후에야 직원들에게 와서 ‘힘들지?’라고 말하는 상사가 이들이죠. 같이 일하고 싶으신가요?

 

 

이런 상사를 만나게 되면 어떻게 해야할까요? 

 

1. 할 이야기 있으면 그 자리에서 정확하게 전달하세요. 

한마디로 속터져 죽을 것 같은 상사입니다. 이런 상사에겐 부하직원이 어떤 문제가 있고, 무엇을 원한다는 이야기를 적시에 정확한 내용으로 명확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보스와 부하 직원 사이에 끼어서 진퇴양란으로 고통받더라도 그 사람이 자초한 고통이고, 그것이 바로 한 조직의 책임자가 되었다는 증거입니다. 당당하게 요구하세요. 안그러면 모든 숙제와 일이 부하직원들에게 떨어져 개고생을 한 뒤에야 ‘미안하다’ 같은 소리를 하는 그를 보게 됩니다. 그가 본인의 상사에게 직언하게 되면 풀리는 문제입니다. 압박해야 합니다.

 

2. 리더가 아니고 실적 관리자라고 생각하세요. 

이런 상사는 리더로서의 자질도 부족하고 훈련도 안되어 있습니다. 특히 조직원을 육성하고 동기부여하고, 중장기적인 커리어에 대한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생각도 별로 없습니다. 때문에 그가 여러분의 리더로서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 마세요. 그냥 내게 속한 부서의 실적 책임자라고만 생각하는게 맘이 편합니다. 기대하지 않으면 실망할 것도 별로 없습니다.

 

3. 그가 하는 약속은 믿지 마시고 다른 대안을 항상 찾으세요. 

좋은 사람입니다. 그리고 직원들을 도와주려고 하는 것도 분명 진심입니다. 하지만 본인의 윗사람과 풀어야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공수표만 남발합니다. 그가 개인적으로 약속하는게 아닌 부서장으로서 하는 약속은 믿지 마세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아닌데,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되게 상황을 이끌고 갑니다. 그리고 자기는 희생자인것처럼 피해버립니다. 상사가 이런 약속을 할 땐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처음부터 생각하고 다른 대안을 찾으시고, 준비를 하세요.

 

4. 어쨌든 성실하고 실적을 추구하기 때문에 적당히 프리라이딩해도 됩니다. 

실적은 잘 만듭니다. 야근을 밥먹듯이 할 것이고, 직원들에게도 야근과 무리한 스케쥴을 강요할겁니다. 적당히 프리라이딩하면서 나오는 실적 인센티브를 좀 즐겨도 됩니다. 이게 버릇되면 커리어가 꼬이겠지만(!), 살다보면 좀 쉬어가야 할 때도 있는 법이고 여러분이 열심히 안해도 그 상사가 죽을동 살동 할테니 ‘난 저렇게 안살거다’ 같은 말을 하면서 월급 도둑 몇 달 정도 하면서 재충전 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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