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걸까, 도망치는 걸까?

[슬기로운 직장생활] 떠나는 걸까, 도망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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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직장인의 이직 이유

 

이직에 관련된 글들을 읽다 보면 흔히 나오는 조언이 “성장이나 더 좋은 기회를 위해 이직하고, 현실에서 도피하는 이직은 하지 말자” 입니다. 하지만 말이야 쉽지, 실제로 그걸 판단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는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오늘은 나의 이직이 나의 성장을 위해 떠나는 것인지, 아니면 단순히 도망치는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1. 30% 직장인들의 이직

우선 성장을 위한 이직은 상당히 명확합니다.

  • 이직하는 회사가 안정적이거나 빠르게 성장하는게 기본이고
  • 새로운 동기부여를 받을 수 있는 환경과 조건이거나
  • 유사한 일인데 급여가 20~30% 이상 오르거나
  • 책임지는 직책을 받을 수 있거나
  • 새로운 분야로 도전해 볼 기회를 오랫동안 찾고 있었는데 그 길이 열렸거나
  • 신뢰할 수 있고 마음이 맞는 사람과 협업할 수 있는 기회인 경우 정도죠.

즉, 일에서 ‘성장, 의미, 즐거움 혹은 큰 보상’을 얻을 가능성이 큰 이직은 충분히 해볼만합니다. 혹은 성장이나 보상이라는 의미는 없지만, 명확하게 정해진 업무 시간과 보수가 있어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가 있는 이직도 충분히 시도할 가치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을 제대로 판단하려면 상당한 능력자여야 합니다. 역량이나 스펙이 높은 사람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아래 요소들을 스스로 묻고 답할 수 있기에 능력자라고 하는 것이지요.

  • 현재 직장/직무의 한계가 무엇인지
  • 성장할 수 있거나,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 이직을 할 경우 어떠한 회사들로 갈 수 있는지
  • 3~5년 뒤 나의 미래가 그려지는지
  • 그곳에서의 대우와 기회가 상상이 되는지

 

하지만 이런 삶의 태도와 역량을 갖춘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제가 해왔던 성격 검사 결과에서도 불과 10% 정도만 이 범주에 들어갑니다.) 게다가 이런 분에게는 조언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충분히 알아서 할 수 있으니까요. 심지어 이직한 곳의 상황이 기대했던 것과 큰 차이가 있어도 이를 극복해낼 내적인 힘도 있습니다.

이런 능력자들과는 별개로 자신의 선택에 대해 덤덤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역량이 넘치거나 아주 꼼꼼하거나 하지 않지만 삶에 대해 긍정적이고, 소박하게 자신의 진짜 삶을 살아가는 분들이 있죠. 이런 분들에게도 큰 조언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자기만의 기준이 있고, 여러가지 조건이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큰 마음의 동요없이 당당하고 꿋꿋하게 살아가실 수 있는 분들이니까요. (통계적으로 대략 20% 정도 되시는 것 같습니다.) 현실이 좋으면 감사해하고 나쁘면 견딜 수 있는, 정신적으로 건강하신 분들이니 축복받은 분들이죠.

 

2. 70% 보통 사람들의 이직 동기

그럼 이제 나머지 70%의 이직 동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70% 보통 직장인들도 마찬가지로 성장을 위한 이직을 하고 싶어 합니다. 이렇게 이직을 하려면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도 충분히 알거나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에겐 앞서 언급한 30%와 한가지 결정적인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스스로의 선택에 대해 확신과 책임감을 갖지 못한다는 점이죠.

이직의 성공과 실패는 사실 객관적인 조건에 달린게 아닙니다.

만찢남 만찢녀에 재벌인 배우자와 살아도 불행한 사람이 있는 것 처럼, 대기업에서 월급 많이 받으면서 승승장구해도 이직을 후회하는 사람도 있고 건물 청소부를 해도 만족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물론 조건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말씀드리려는 것은, 외부 조건에만 집중하다보면 나의 내면이 붕괴되기 쉽다는 것, 그리고 나의 내면에만 집중하다보면 외부 요인을 간과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사람의 사고는 상당 부분 패턴화 되어 있습니다. 타고난 것과 어릴 때의 양육, 그리고 사춘기의 경험 등이 결합해서 생성된 이 특성은 우리의 정서와 충동, 그리고 행동 대부분을 지배합니다. 무엇보다 외부의 상황과 상관없이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패턴이죠. 심리적 특질, 성격, 개성 등 이것을 부르는 명칭은 다양하지만 반복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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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외적 요소를 중시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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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중에는 외적 요소를 중요시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회사의 명성, 연봉, 있어 보이는 건물, 근무 환경 등등. 이런 분들에겐 이런 요소가 충족되는게 중요하죠. 이직도 이에 맞춰서 하게 됩니다.

하지만 외적 환경이라는게 좀 웃긴 거라서 세상에서 제일 좋은 기회를 잡은 줄 알았더니 좀 지나니까 그것보다 더 좋은 환경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마치 삼성이 제일 좋은 줄 알았더니 매킨지같은 전략 컨설팅이 더 멋있어 보이고, 그곳에 갔더니 골드만삭스같은 투자은행이 더 많은 연봉을 주고 그래서 그곳에 갔더니 구글 직원이 더 윤택한 삶을 사는 것 같아서 다시 그곳으로 가려고 노력하는 식이죠.

마이더스 이래로 우리는 외부 환경을 중요시하는 경우 사람에게 만족이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좋은 장난감을 손에 쥐고 있지만 마트 진열장에 있는 새로운 장난감을 보고 떼를 쓰는 어린애처럼 그렇게 이직을 선택하는거죠. 중요한 건, 이렇게 외적 환경을 중요시 하는 사람에게 이런 사고는 ‘자동적’,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겁니다.

끝도 없는 피라미드를 올라가려니 삶이 힘겹죠.

외적 요소를 중시하는 기질을 가진 사람에게 이렇게 사고하지 말라고 하는 건 불가능한 요구입니다. 이게 될려면 득도해야 하거든요.

 

B. 내적 요소에 매몰된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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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유형은 내적 요소에 매몰된 사람입니다. 우리가 흔히 하는 표현으로는 ‘우울한’ 사람이라고 하죠. 외적 환경이 좋건 나쁘건 우울한 기질의 사람도 만족하지 못합니다. 다만, 조건에 만족을 못하는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해 견디지 못하는 겁니다.

삼성에 가서는 ‘왜 이렇게 재미없는 일해야 할까?’라고 생각하고 스타트업에 가서는 ‘나는 이렇게 호기심과 열정이 없어’ 라고 생각합니다. 카페를 차리면 ‘사람을 많이 상대해야 하니 너무 힘들어’라고 생각하고 프리랜서가 된 후에는 ‘외로워서 힘들어’라고 하는 겁니다. 이 사람 역시 “좀 긍정적으로 생각해봐”라고 이야기 해봐야 잘 안됩니다. 이 사고 역시 패턴이고, 자동이거든요.

이 사고의 패턴과 자동화 정도는 너무도 강력해서 우리 대부분은 우리가 이런 사고를 가지고 있다는 점 조차 인지하기 어렵습니다. 친구들 중에서 화를 내는게 분명한데 “나 화난 거 아니라고!” 소리를 버럭 지르는 사람이 있죠? 자기가 화를 내고 있는데도 인지하지도 인정하지도 못하는 겁니다. 나중에 이불속에 누워서야 자기가 화를 냈다는 걸 인지하고 이불킥을 합니다만, 심리적 기질의 내적 지향 혹은 외적 지향인 것은 이런 단편적인 자기 인지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아주 성숙한 사람은 자기의 이런 기질을 마치 제 3자가 보는 것처럼 인지할 수 있습니다. 소위 ‘마음을 들여다 보세요’라는 말의 의미가 이 뜻입니다. 관찰 자아라고 부르는 기능이 활성화되신 분들은 자기의 마음 상태와 가는 곳을 알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조절이 가능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에게는 어불성설이죠.

자, 우리가 너무 외적 요소만 따지는 속물이거나, 아니면 반대로 내적 요소만 들여다보는 우울이라고 합시다 (별로 인정 안하고 싶으시겠지만 우리 대부분은 이 범주에 들어갑니다. 저 같은 경우엔 우울한데다 속물인 기회주의자죠.) 내 마음속에 들어온 ‘이직하자’라는 생각이 건강한 이직인지 아니면 현실을 도피하려는 것인지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요?

 

 

올바른 이직 동기를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

정답은 믿을만한 제 3자의 시각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멘토라고 해도 되겠네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나랑 비슷비슷하게 삐리리한 사람들이거나 도무지 못믿을 꼰대 뿐이어서 멘토씩이나 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거지? 라는 의문이 드실 수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는 멘토의 조건은 보통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멘토와는 조금 조건이 다릅니다. 성숙한 어른, 현 회사와 이직하려는 회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이면 더 좋습니다만, 이게 절대 조건은 아닙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멘토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사람입니다.

우리는 앞에 있는 사람을 따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가가 엄마의 표정을 따라하는 것처럼 앞 사람의 얼굴 표정에서 시작해서 그 사람의 감정과 정서와 충동을 따라합니다.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멘토가 보여주는 모습은 이야기하고 있는 나에 대한 관심과 연민입니다. 이걸 따라하기 때문에 나 스스로에 대해 애정의 눈으로 들여다 볼 기회가 생기는거죠.

더불어 우리의 이야기는 입 밖으로 나가는 순간 나와 분리됩니다. 스스로의 말을 곱씹어보면서 객관적으로 생각해볼 기회가 생깁니다. 뭐, 횡설수설한 헛소리만 잔뜩 늘어놓는다면 망한 겁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이야기를 하다보면 내가 왜 이직하고 싶어하고, 현 회사에서 무엇을 실망했고, 새로운 곳에 대해서 무엇을 기대하고, 걱정되는 요소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자기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상대의 모습을 지켜보고 자기 스스로의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면 이직을 생각하는 이유와 새로운 곳에 대한 기대치를 조금은 더 현실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이직 실패의 가장 큰 이유인 ‘과도한 기대치와 이에 따른 실망’을 줄일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외적인 것에 너무 가중치를 두고 있지 않은지, 혹은 현 회사에 보이는 나의 어떤 모습을 스스로 못견디겠어서 이직하려 하는지 이해할 기반을 마련하는거죠.

다만 이 방법은 불안이 아주 높고 자기중심성이 아주 강해서 남에게 자기 이야기만 늘상 하는 사람, 그래서 주변에 별로 친구가 없는 사람에겐 적용하기 어렵습니다. 이 분들에겐 사회적으로 권위가 있는 사람이 이끌어주는 가이드가 가장 도움이 되지만 현실적으로 이렇게 권위가 있고 인사이트도 있으면서 불안 & 자기중심적 사람을 선뜻 도와주려는 사람은 없다고 봐야죠.

솔직히 이야기하면 이런 분들은 이직에 대한 고민 이전에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자기에게 그런 특질이 있고, 이 특질 때문에 자기의 커리어 및 사회 생활의 만족도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를 명확하게 이해를 해야 합니다. 이 부분이 선행되지 않으면 유능한 정도가 아니라 예수님, 부처님이 멘토를 해줘도 이직을 성공으로 이끌어주기 어렵습니다.

이런 분들은 내적으로도 우울하지만 동시에 외적인 요소에 강하게 끌리기 때문에 이직을 하더라도 만족이 웬만해선 안되는데, 관계에서 상처와 불만과 분노가 많이 생기기 때문에 이직해야겠다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드는 분들이기도 합니다.

이 경우에 해당되는 분이시라면 이직은 좀 뒤로 많이 미루시고, 스스로에 대한 생각을 할 기회를 마련해 보시라고 이야기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믿을 수 있는 성숙한 어른을 통해서건, 심리상담 센터 등에 계신 상담전문가들을 통해서건 스스로를 객관화해서 보신 후에 이직을 고민해도 늦지 않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시지 않으면 어떻게 이직을 해도 3개월후면 다시 후회합니다.

 

 

요약해보겠습니다.

 

1. 건강한 이직을 할 수 있는 내적 힘을 가진 분들은 지금처럼 하시면 됩니다.
2. 환경요인을 견뎌낼 내적 안정성을 가진 분들도 이직은 별 문제 아닙니다. 얼마든지 하셔도 됩니다.
3. 외적 동기요소를 중요시하는 분들이라면 부질없는 외적 성취에 너무 가중치를 두는 건 아닌지 살펴보셔야 합니다. 반대로 내적 요인에 너무 무게를 두시는 분들은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두 경우엔 나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수 있는 분에게 ‘이직을 생각하는 ‘이유’와 ‘기대치’에 대해 말씀을 나눠보세요. 몇 차례 하다보면 이직의 진짜 동기를 스스로 조금은 인식하게 되고, 그럼 객관적인 평가를 조금이나마 할 수 있고, 기대치에 대해 현실화할 수 있는 여지가 생깁니다.

이야기를 아무리 해도 그저 배설일 뿐 자기객관화가 안되는 분들이 있습니다. (참고 :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불안감 그 사이에서) 이 경우라면 이직보다는 먼저 스스로에 대한 인식을 먼저 하시라고 이야기드리고 싶습니다. 이직해도 높은 확률로 실패로 귀결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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